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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Nov 28. 2015

산과 물이 기억하는 역사의 동네 영월

골골이 볼거리가 있는 매력의 동네 영월

 
 
  이 놈의 역마살이 또다시 나를 가만두지 않는다. 어디론가 떠나야만 하는 그래야만 되는, 그리 하지 못하면 심장이 터져버려 내 몸이 산산조각 날 것 같다. 이번 역마살의 주무대는 강원도가 될 것 같다. 어느 정선의 산들이, 영월의 역사가, 태백의 동굴이, 평창의 산사, 영주의 산사가 나를 부르기 시작했다. 어디던 떠나야만 한다. 정선이든 영월이든 어디든 떠나야만 한다.


  마음을 정하고 떠나기로 한 전날 밤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오면 내가 갈 수 있는 곳이 한정되거나 역마살을 비에 씻으면서 마음을 달래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나는데 큰일이다. 다행히 비는 여행하기에 가장 적당하게 내려주고 있었다.


  영월로 가는 기차를 탔다. 영월역이 너무도 맘에 들어서 뛰어내리고 싶었던 일을 기억하며 이번 여행은 영월역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 덜컹거리는 기차를 타고 주위의 산세를 구경하면서 '강을 넘지 못하는 산'을 만나면서 사색에 잠긴다. 기차에서 영월역.. 잠시 후면 영월역에 도착하니 내리실 분은 짐을 챙기시기 바랍니다.라는 역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드디어 영월역에 내렸다. 나는 우선 영월역을 배경으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그리고 내가 가야 할 곳을 정하기 시작했다. 영월을 하루 만에 본다는 것은 영월을 무시하는 것이기에 간단하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곳을 정했다.


 첫 번째 코스로 고씨동굴을 정했다. 영월은 관광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교통편이 편리하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작정 택시를 타고 고씨동굴로 향했다. 동강의 지류를 따라 산 능선을 따라 곱게 난 길을 따라 고씨동굴로 가기 시작했다. 택시 아저씨는 영월 자랑에 여념이 없다. 이 고씨동굴 가는 길이 드라이브 코스로 좋다고 하였다. 괜찮기는 하였지만 그리 좋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것은  내 감수성이 메말라 버렸거나 아님 이것보다 더 멋진 곳을 많이 보았을 이 유이 테지만 갈수록 전자의 것이 맞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내 스스로의 슬픔이다. 깊고 깊은 골짜기를 따라 한참을 가니 고씨동굴이 나왔다. 고씨동굴은 우리가 내리는 강 건너편에 있었고 그곳으로 가는 다리가 놓여 있었다. 다리를 건너는 것 또한 너무나도 멋지다. 높에 뻗은 산이 멋지고 그 산을 갈라놓은 심술쟁이 동강의 풍경도 너무도 멋지다. 강아래에서 사람들은 래프팅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 동굴 입구부터 시원한 바람이 불어 더위를 싹~~ 씻어주었다. 동굴 입구에는 헬멧 있었는데 왜 이걸 쓰고 가야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곧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좁디 좋은 동굴을 따라 계속 계속 들어갔다. 약 1시간 코스였다. 역시 동굴은 동굴이다. 자연이 만들어낸 풍경은 인간이 어떻게 만들어 낼 수가 있겠는가? 감탄과 감탄을 하면서 곳곳에 멈춰서 사진을 찍으면서 동굴을 탐험했다. 동굴이 낮아서 그런지 자주 허리를 구부려야 했는데 그때마다 바위에 헬멧 부딪치는 소리가 장난이 아니었다. 헬멧을 안 썼더라면 머리가 깨지고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다. 동굴 구경을 끝내고  바깥으로 나오니 바지 하단부가 흙탕물 엉망이었다. 간단하게 씻고 나서 밥을 먹으러 갔다.

고씨동굴 안

  수많은 밥집 중에 어느 곳을 갈까? 그래도 원조가 괜찮지 않을까? 그곳에 앉아 도토리묵과 칡국수를 시켰다. 내가 먹어본 도토리묵 중 가장 맛있었던 집이었다. 칡국수 또한 면발과 국물이 일품이었다. 국수 한 그릇에 배불러 보기는 처음이었다...


  다음 코스는 단종을 만나러 간다. 왜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지는 걸까? 단종을 만나러 이곳을 왔다. 이것저것 역사를 알 필요도 없이 부모님이 죽었고 할머니도 죽었던 불우한 환경만으로도 충분히 단종은 너무도 불쌍하다. 그런 그이기에 어린 나이에 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몰랐을 것이고 숙부가 나를 감금한 것에 너무 무서웠을 것이고, 궁을 떠나 멀리 영월까지 와서 지내는 것이 너무나도 무서웠을 것이다. 밤마다 부모님을 찾았을 것임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 아니겠는가? 영월은 단종의 흔적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곳이다. 곳곳에 단종이 걸었던 길, 앉아서 쉬었던 길, 단종이 보았을 풍경이 세월의 흔적 속에 사라졌어도 그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는 것만으로 영월은 살아오면서 한 번은 와 볼만한 곳일 것이다. 단종의 흔적 중 나는 단종이 묻혀있는 장릉과 단종이 처음 귀향을 왔던 청령포를 택했다.

장릉 안에있는 줄

  먼저 가까운 단종의 무덤 장릉을 향했다. 단종의 무덤... 산을 바라보고 있으며 사당이 무덤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무덤의 옆구리에 있다는 것... 더 슬픈 것은 죽어서도 단종은 편하게 잠을 못 잔다는 것이다. 장릉 옆으로 도로가 나있어서 차소리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단종이 너무나도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다. 단순히 장릉을 보러 왔지만 구석구석 숨은 보물들이 숨어 있는 곳이 장릉이었다. 특히 개인적으로 나를 놀라게 한 곳은 단촐하게 만들어진 단종의 역사관이었다.  결코 그 전시 유물만으로 판단하면 안 되는 곳이다. 단종을 향한 끈을 놓치지 않으려는 후대의 노력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그런데 ㅋㅋ 수많은 유물 중 나의 조상 어계 조려 할아버지도 있다는 사실에 한번 웃었고, 놀랐다. 생육신들과 친분이 있었던 성균관 재학 시절 세조의 왕위찬탈에 불만을 품고 고향으로 내려와 평생을 처사로 살아가셨던 분이 아니었던가?

장릉

  장릉을 나와 이제 청령포였다.  자연을 이용한 감옥.. 청령포.. 걸어서 20분 걸린다는 소리를 듣고 무작정 걸었다가 40분도 더 걸었고 거기에 비까지 내려 약간은 힘들었던 길... 배를 타고 청령포를 들어갔고, 청령포의 소나무는 과히 천하 일품이었다. 단종이 이곳에 와서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외로움과 두려움.. 그리고 언젠가는 다시 궁으로 돌아가서 부인과 함께 행복하게 살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힘듬을 꿋꿋이 버텨 나갔지 않았을까?

청령포 수나무


 이렇게 영월에서의 일정은 끝이 났다. 마지막으로 영월 읍내에서 제일 유명하다고 소문난 곤드레 밥집에서 저녁을 먹고 영월을 떠났다. 당일 코스로 충분한 곳이면서,  당일만 오기는 가지 못한 곳이 너무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


 다음에 영월에 온다면 단종이 마지막 머물렀던 관풍헌, 조선의 불운아 김삿갓, 한반도를 꼭 닮은 선암마을, 라디오스타 촬영지로 유명한 별마로 천문대, 그리고 수많은 박물관들을 들러야 겠다. 그때는 오랫동안 머물면서 천천히 영월의 산과 들과 물이 기억하고 간직하는 모든 것들을 느껴봐야 겠다.
 
 

한반도 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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