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라디오가 만든 도시
밀라노에서 2일동안의 일정이 끝나고 비첸차라는 도시로 이동하였다. 비첸차는 팔라디오라는 사람이 계획하고 각종 시설들을 만들었다고 하니 한 사람이 꿈꾸는 이상향을 옮겨놓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후기 르네상스의 인문주의 이념에 따라 건설한 팔라디오 거리는 '돌로 쌓은 그리스의 꿈'이란 이상 아래 복원 보존하고 있다고 한다.
밀라노의 외곽을 벗어나니 시내에서 느꼈던 복잡함은 없었다.비첸차로 가는 길은 산 아래로 펼쳐져 있는 평야에 공장들이 드문드문 보였고 그 사이로 포토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마을들은 드문드문 있었고 그중에는 집이 몇채 없어서 작은 공동체처럼 느껴지는 곳도 보였다.
우리가 지나고 있는 이곳은 현재 와인 만드는 곳으로 유명하고 한다. 한때는 몰락했다가 조합을 만들면서 다시 살아났다고 한다. 농가는 질좋은 포도만 생산하면 수익이 보장되는데 2만불 이상을 포도재배로만 번다고 한다. 그래서 갈수록 포도밭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제주도 감귤농가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이곳에 있지 않을까 한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멀리 언덕위에 작은 성이 보였는데, 중세시대 외적의 침입을 피해 올라가서 이루어졌는데 이탈리아에 저런 곳이 3000개 정도 된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숫자이며, 저런 작은 성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도 참 의미있을 것 같았다. 돈이 많으면 저런 곳을 통채로 사는 것도 괜찮아 보였다.
비첸차가는 길에 눈덮힌 산도 보였다. 눈덮인 산은 마치 영화사 중에 하나인 파라마운트의 심벌같이 보이기도 했다. 알프스의 남성적 느낌을 잘 느낄수 있는 곳이라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로 이런 모습은 과연 우리가 얼마나 더 볼수 있을까? 우리 세대의 잘못으로 후손들은 책으로 전설로만 남게 되지 않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비첸차에서의 여행은 시내 중심가 외곽에 차를 두고 약 10분정도 걸어오면서 시작하였다. 현재 가이드의 동시 통역으로 진행되었는데 동서로 길게 뻗은대로는 밀라노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중세의 성벽을 넘으면 팔라디오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첫번째 목적지인 올림피코 극장으로 향했다. 좁은 길을 따라 양옆으로 오래된 건물들과 잘 보존된 돌바닥은 마치 도시 안으로 내가 빨려들어가는 느낌까지 들었다. 전통의 도시를 맛보는 그 느낌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었다.
유네스코에 지정된 올림피코극장입구에는 다양한 조각들이 정리되어 있어서 입구에서부터 무언가가 기대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극장을 들어서는 순간 이건 뭐야 하는 느낌이었고 어디를 봐야할지 알수 없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눈길가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극장은 로마풍의 극장이며 다른점은 지붕을 씌웠다는 것이다. 벽돌에 색칠을 하여 대리석처럼 보이게 했으며, 무대배경은 나무로 되어있다고 한다. 배경은 7개 골목으로 되어 있는데 중심은 일정한 폭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안으로 갈수록 좁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것을 실제로 관광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무대거리를 걸어가는 사람이 있었다. 극장 의자 나무는 원래 만든때의 것으로 색칠하여 대리석처럼 보이도록 했는데, 지금은 시간이 흘러 색칠이 벗겨져서 나무가 그대로 들어나 보이는 것도 있었다.
현존하는 실내극장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 한다. 이 극장은 팔라디오가 만들다가 죽는 바람에 다른 사람이 만들었는데, 후원하는 사람들의 얼굴들을 장식으로 넣기도 하였다 한다. 지금도 극장에서 공연이 열리는데, 난방 시설이 없어서 겨울에는 운영을 안한다고 한다.
팔라디오는 고전에서 영감을 얻어 건축하였던 사람이며 건축사서라는 이론책을 남겨 유럽의 다른 지역까지 영향을 주었는데, 특히 영국에서 크게 꽃피웠다고 한다.
극장을 빠져나와 맞은편에 있는 팔라디오의 또다른 작품인 궁으로 들어갔다. 팔라디오의 특징중 하나인 비례감을 잘 살린 방 3개를 구경하고 나왔다.
비첸차의 거리를 다시 걸었다. 걷는다는 것은 다리를 아프게 하는데, 비첸차 거리는 참 멋있다는 생각에 계속 걷고 싶었다. 그러다 한쪽 햇빛 따스하게 내리쬐는 어딘가에 앉아 검은 길에 반사되는 햇빛과 그곳을 즐기는 사람들을 즐기고 싶었다. 중심거리에서 일행은 약간 방향을 틀어 골목을 걷다가 가이드가 어느 집 앞에 멈추더니 이곳은 로미오줄리엣의 원저자가 살던 곳이라고 하였다. 원저자의 글은 인기를 얻지 못하고 셰익스피어가 리메이크해서 인기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사랑하는 연인이 있었는데, 남자가 전쟁에 나가서 얼굴에 큰 상처가 나서 헤어지게 되었고 남자는 이 경험을 토대로 글을 썼다는 슬픈 이야기였다.
우리는 비첸차의 한 광장에 다시 모였다. 팔라디오 초기 건축물과 약 20년후 만든 건물이 나란히 있는 곳이었고, 예전에 이곳이 베네치아의 지배를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흔적인 사자상이 기둥 높이 서 있었다. 하얀 건물은 토론장 같은 용도로 사용된 건물이고 맞은편 벽돌이 드러난 건물은 이곳을 다스리던 베네치아 비첸차 총독이 사용한 건물이라고 한다.
이제 우리에게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우리는 이탈리아에 와서 한번도 마셔보지 못한 커피를 마시기 위해 광장 한쪽에 있는 작은 가게에 자리를 잡고 라떼를 시켰다. 그런데 하얀 우유만 나와 우린 추억이라며 웃었고 다시 에스프레소 한잔을 시켜 섞어 먹었다. 원래는 카페라테라고 해야되는 것이었다. 햇빛 따사로운 한가로움이 너무좋았다.
이제 우리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로 향했다. 물론 중간에 점심을 먹고 간다. 밥은 파스타와 토끼 고기다. 슬슬 이탈리아 음식이 질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