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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Oct 19. 2015

상당산성 성안마을 연못가 풍경

행복은 마주 보는  것


성안 연못은 작지만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안을 수 있을만하다. 연못에 담은 하늘은 작지만 하늘의 깊이를 담을만하다.


연못가 나뭇가지가 뻗어 만들어진 그늘 안에 작은 화단을 만들면서 쌓아놓은 돌 하나를 골라 앉았다. 후덥지근한 날씨로 온몸이 끈적끈적거려 땀구멍이 막혀버린 듯한 느낌은 이 나무 아래에서는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오히려 연못을 스치듯이 불어오는 바람은 서늘하다 못해 차가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어느새 연못 가장자리는 나무들이 자리 잡았고 연못 가운데는 바람이 하얀 물결 위에 자리 잡았다. 그곳에 앉아 연못을 빙두르듯 내 시선들은 따가운 세상을 바라보았다.  연못을 찾은 사람들에게서 삶에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전혀 서두르는 사람 하나 없이 모두들 자기가 느끼고 즐기고 싶은  것들을 마음대로 누리고 있었다.

하얀 블라우스를 입은 중년의 고운 아주머니는 연못가  한편에 뭉텅이로 자리 잡은 개망초를 곱게 하나씩 꺾어  품에 안았다. 하얀 블라우스를 만난 개망초는 어떤 고급스러운 꽃보다 빛이 났다. 개망초를 손에 쥔 아주머니에게서는 만족의 하얀 웃음이 가득했다. 젊을 때는 장미꽃 한 다발도 제법 잘 어울렸을 법한데, 지금은 자연이 주는 수수한 꽃도 잘 어울렸다.

연못가 연꽃이 자리 잡은 곳에 물고기들이 몰려든 곳에는 한 가족들이 물고기 밥을 주며 즐기고 있었고, 장난기 가득한 꼬마들은 연못으로 내려가 막대기로 연못이 자기 장난감인 듯 휘휘 저으며 즐기는 모습이 정겹기만하다.


버스정류장에는 몇몇 사람들이 버스가 오기를 기다렸고 그 앞으로 산성데이트를 끝낸 듯하게 보이는 연인들이 마주 보며 웃는 눈웃음을 보며, 살아가면서 함께 웃어줄 수 있는 또는 나를 웃게 만드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행복한 삶이 아닐까 한다. 그것이 꼭 내 앞에 있어야만 된다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의 감정과는 상관없이 머릿속에서 설렘을 주는 사람이 있다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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