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성녀의 도시
시에나의 아쉬움이 많았지만 지금까지 거쳐간 도시들은 한번도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 목적지 아시시도 분명히 새로운 느낌을 줄 것이라 기대를 했다.
잠을 자고 일어나니 밖은 이미 가로등이 하나씩 켜지고 있었습니다. 가이드가 산비탈에 있는 타원형의 마을이 아시시라고 알려주었다. 아시시 아래 지금 내가 있는 곳에 마을이 없었다면 더 멋진 곳이었을 것이라고 부연 설명도 하였다.
무색에 가까운 마을은 흡사 숲속 가운데 예쁘게 조각된 바위덩어리 같았다.
이탈리아의 집들은 대체로 붉은 지붕인데 이곳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야하는 숙소까지는 가파른 수도의 길을 걷는 느낌으로 걸어야하는데, 그렇게 되면 첫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고 하여 택시를 이용해 짐은 먼저 가고 우리는 아시시의 야경을 즐기기로 했습니다.
먼저 입장 시간에 쫒겨 성 프란체스코 성당를 먼저 갔다. 이 지역의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자유롭게 살던 프란체스코는 부모와 인연을 끊고 종교에 귀의했고 프란체스교파를 교황으르 인정받아 종교생활을 하다가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유해는 이곳에 묻혔습니다. 그의 유해가 발견된 것은 우연한 일인데, 당시는 성인들의 유해를 가져가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비밀리에 유해를 묻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유해가 묻인 곳은 아시시 성밖으로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거나 시체를 버린 곳으로, 이곳 사람들은 저주의 땅으로 여겼던 곳이라고 합니다. 이곳에 성인의 유해를 지하에 묻어 평온의 지역으로 삼고자 했던 것입니다. 유해를 묻고 그를 위해 성당을 세운 것입니다. 안에는 조토의 그림으로 유명합니다. 성인의 무덤이 있는 곳은 조용하다 못해 경건했습니다. 조용히 무덤을 한바퀴 돌고 긴의자에 앉아 보았습니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시끄럽게 그리고 정신없이 바쁘게 살았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런 시간이 우리에게는 필요한 것 같습니다.
프란체스코 성당을 나와 성당 마주보는 제일 끝에 있는 키아라 성당을 보고 프란체스코 성인이 태어난 생가에 세워진 성당을 보았습니다. 성인의 생가에 세워진 성당은 이름이 특이하게도 새성당이었습니다.
이제는 어두워졌습니다.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숙소로 가야하는데, 수녀원 숙소는 식사시간이 지금도 엄격하게 정해져 있어 시간을 맞춰서 가야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내일 아침에 이곳을 떠나 로마로 가야 하기 때문에 오늘이 아니면 이곳을 즐길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숙소로 바로 가지 않고 아시시의 밤을 각자 즐기고 약속을 정해 만나기로 했다.
아시시의 야경은 마을보다는 아래를 보는 것 그리고 하늘을 보는 것이었다. 특히 달이 떠있는 맑은 하늘은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좋았다. 누군가와 굳이 대화를 하지 않아도 달을 보고만 있으면 세상이 나를 감싸 따뜻해지는 것만 같았다. 아시시는 하늘과 땅을 연결해주기 위해 만들어진 도시같았다.
저녁시간이 가까워져서 숙소로 들어왔습니다. 숙소는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곳인데 프란체스코성당이 만들어지기전에 이미 예배가 이루어진 곳이라 하였습니다. 경건한 마음이 듦과 동시에 깨끗하게 정리된 숙소는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특히 옷장의 엔틱한 열쇠는 압권이였습니다.
수녀원에서 주는 밥도 좋았고 손님들을 위해 올려둔 와인은 보는것 만으로도 몸이 따뜻해졌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간단하게 밥을 먹고 숙소 위에 있는 오래된 성 로카 마조레로 산책을 갔습니다. 출발 시간이 평소보다 늦어 아침을 먹고 산책삼아 길을 나섰습니다. 길은 몰랐지만 마을의 골목들을 즐기다 보면 분명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이미 몇 분들이 이미 나와서 이 도시의 멋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빨리 목적지를 향해 갈 생각없이 이 도시가 주는 멋을 즐기다 보니 성이 나왔습니다. 성에서 아래를 보니 주변지역이 멀리까지 보였습니다. 성이 있을만한 곳이었습니다. 아시시와 아침의 상쾌한 공기, 적당한 속도의 숨소리는 아침의 시작을 최고로 만들어주었습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산책해도 좋을 것 같은 곳이었습니다.
성을 올라갈 때 그리고 내려올 때 아시시의 골목을 마음껏 거닐면서 이 도시의 매력을 이탈리아의 매력을 즐겼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중에 하나인 '인생은 아름다워' 속 모습에 내가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열쇠를 달라고 소리치면 열쇠가 떨어질 듯 하여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숙소에 와서 짐을 끌고 언덕길을 내려와 버스를 탔습니다. 이제 로마로 갑니다.
이곳에서 성 을 본 후 내려오다가 우연히 인형파는 가게를 만났는데, 딸에게 선물하면 좋겠다 싶어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으나 끝내 문은 열리지 않았다. 출발시간이 다가와 아쉽게 그냥 와야 했습니다. 어제 저녁에 바로 앞 가게까지 왔었는데 이곳을 못 온 것이 아쉽기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