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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Feb 24. 2017

주인을 잃는다는 것은

주인을 잃어버린 고양이 그리고 나

마음이 따스해지는 그런 공간입니다. 상처받은 가족이 이곳에만 오면 씻은 듯이 상처를 치료받고 다시 활기차게 세상속으로 가서 마음껏  살게 해주는 힘을 주는 곳입니다. 고향이라는 것은, 고향집이라는 것은, 그곳을 지키는 부모라는 단어는 늘 넉넉함과 여유로움과 따스한 위로가 있는 곳입니다.


고향집은 산이 인간에 허용한 마지막 끝자락에 동쪽 바라보며 터를 잡았고 동쪽에서 떠오른 해에게서 아낌없이 햇살을 받는 곳입니다. 그 덕분에 고향집은 햇살이 끝도 없이 밀려 들어옵니다. 축담 계단에 앉아 있으면 눈이 부셔 눈을 제대로 뜨기 힘듭니다.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산이 주는 신선한 공기는 마음의 찌든 때를 말끔하게 씻어줍니다. 깨끗하게 정화된 공기가  무한정 내려 악한 마음을 가질 수 없는 그런 곳입니다.


이미 공장들로 하나둘 점령당해 시골이라는 느낌이 하나도 들지 않는 곳에 고향집은 별천지처럼 그렇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집앞에 하얀 고양이가 터를 잡았습니다. 고양이를 쫒아내지 못한 주인은 밥을 주며 자식들이 떠난 공간을 채웠습니다. 리고 고양이는 또다시 어디론가 떠나 몇년을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집나간 고양이가 다시 고향집에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고양이는 집을 나갔고 주인은 붙잡지 않았습니다. 집에 오면 가족이고 떠나면 어딘가에 더 좋은 곳에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죠.


하얀 고양이가 떠난 곳에 누런 고양이 2마리와 검은색과 하얀색이 섞인 고양이 1마리가 찾아왔습니다. 집 주인은 굶주리고 있는 고양이를 외면하지 않았고 남은 밥과 반찬 등 고양이에게 줄 수 있는 것들을 주었습니다. 고양이는 주인의 마음이 따뜻함을 금방 알아챘습니다. 인간과 인간, 동물과 동물이 아닌 인간과 동물이라고 할지라도 따뜻한 심장을 돌고 있는 뜨거운 피는 같은 것이었습니다. 인은 고양이를 보며 너른 집이 채워지기를 바랬고 고양이는 주인의 품안에서 고단한 삶을 내려놓았습니다.


이제 고양이들에게 따뜻한 밥을 챙겨주던 사람이 사라졌습니다. 어느 순간이라도 할 것없이 찰나의 순간, 눈깜빡할 사이보다 더 빠른 서로가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영원히 떠난 사람과 남겨진 사람으로 남았고 그 사이는 마음의 거리로는 도저히 좁혀질 수 없는 거리임을 누구나 압니다.


고양이도 자신을 따뜻하게 품어주었던 주인을 잊지는 않았겠죠. 그런 고양이가 밤에 현관문 앞에서 집으로 들어오지 못해 울고 있었습니다. 나는 국물을 내고 남은 멸치를 한 대접 퍼다가 주었습니다. 고양이는 그제서야 울음을 그치고 밥을 먹었습니다.


아낌없이 평생을 피와 살을 주었던 주인의 사랑을 눈물 방울방울에 가두었습니다.


주인을 잃은 것은 가족이나 고양이나 모두에게 힘들기만 합니다.  


이 겨울  공기는 참 잔인하게도 맑다. 이 밤 하늘의 별은 잔인하게도 밝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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