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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Mar 18. 2017

고향의 봄

기다림

늘 일을 빨리빨리 못하고 생각만 가득하다가 실제로 하려고 하면 원하는대로 이룰 수 없음에 마음이 다급해지는 경우가 많다.


몇일전부터 아버지를 만나러 가기로 하고 마음먹고 기차표도 알아보고 딱 그정도만 준비하다가 막상 전화를 드리고 기차표를 예매하려고 하니 원하는 시간은 이미 표가 없었다. 대기를 해놓고 몇일을 기다렸지만 결국 표는 매진이 되었고 대기라는 희망은 날라가  버렸다. 결국 기차시간, 업무, 친구와의 만남 등 새롭게 일정을 정하고 포기할 것들을 정했다. 기다리고 계실 아버지를 생각하면 안 내려갈 수는 없었다. 결국 조퇴를 하였다.


내려갈 때 롤빵을 하나 사가야겠다는 마음도 결국 못했고 용돈을 좀드릴려고 은행에 가야했던 일도 결국 못했다. 마음이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게으름  때문이였다.


기차에 앉아 있으니 서글픈 생각뿐이였다. 일상에서 가끔씩 오는 보고픔이 이런 날은 온종일 든다. 이런 느낌 불혹이 되어도 감당이 안되는 것을 나보다 훨씬 어린 사람들은 감당이 되는지 묻고 싶다.


봄과겨울의 경계에서 몇몇 나무들은 봄이 더 가까움을 알려주었고 부지런한 농부가 만들어 놓은 논과 밭은 이제 새로운 계절임을 느끼게 해주었다. 봄볕이 뜨거워 창문에는 검은색 블라인드가 내려져 있었다. 그 틈으로 보이는 세상 역시 눈부셨다. 이런 좋은 날이 오늘은 달갑지만은 않다.


기차에 내려 느긋하게 화장실을 들러 대합실을 빠져나오니 이미 아버지께서 기다리고 계셨다. 얼른 차를 타고 집으로 왔다. 집은 여전하고 익숙한 모습인데 집을 들어서는 순간 가슴이 한쪽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현관문 방문 집안 어디 문을 열어본 들 보고싶은 분은 볼수없었다. 주인을 잃은 물건만이 덩그러니 옛 추억을 되살려 주었다.

따뜻한 날씨에 고향도 봄맞이가 되고 있었다. 축사를 보수하고 마당에 난 풀을 맸다. 소들은 봄의 햇살에 노근노근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집안에 둔 나무들과 화초들은 봄을 시작하고 있었다.담벼락에 심어둔 빨간색 꽃무리도 나오고 푸른색 야생화들도 담벼락을 꾸몄다. 주인이 심어두고 풀을 매며 키운 것들이 어김없이 찾아와 집을 예쁘게 꾸몄다.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의 시구절 참 와 닿았다. 기다려야 더 많은 것을 얻고 기다려야 버릴 수 있는 것인가? 가끔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의 문제들에 대해 자연이 정해 주었으면 좋겠다.

언제까지 아프기

언제까지 생각나기

언제까지 후회하기

언제까지 그리워하기

언제까지 보고프기

그리고 언젠까지 내가 찾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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