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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Feb 19. 2017

어머니를 위한 설날

차례상에 오르신 어머니

차례상을 차리는 날입니다. 어제 하루종일 무언가를 만들고 집정리를 했습니다. 누군가 당연히 해왔던 일들을 가족들 여러 명이 나누어 맡아서 누군가의 빈자리를 채웠습니다. 여러 명이 해도 힘들고 다 채우지 못한 일을 그동안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이 많은 일들을 그동안 해왔음을 알았습니다. 고마움을 표현도 못하고 헤아리지도 못했었습니다. 어머니의 일은 당연함으로 여겨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어제 준비한 것들을 하나씩 차례상에 올렸습니다. 한 상 가득채웠습니다. 모두의 노력으로 말이죠. 작년과 달라진 지방은 어색했고 상을 차리는 모든 것들도 어색하기만 했습니다. 차례상을 준비하고 지켜보던 분은 이제 작은 상자안 종이에 이름으로 남았습니다. 절을 하는 사람들도 한 세대가 더 내려왔습니다.


아무렇지도 않던 일상들이 고향집에 오면 일상이 되지 않고 추억이 됩니다. 당연히 늘 계셨던 곳에는 아무 것도 없거나 다른 사람들이 그곳을 채웠습니다. 집 곳곳에 남은 것들은 아주 오래된 것조차도 어제 일처럼 자꾸만 기억이 살아 돌아옵니다. 아주 오래 전 다른 사람의 기억이라고 여겨질만한 것도 알고 보니 잊혀진 내 기억이였습니다.


차례상에 놓여진 모든 정성들은 결국 한줌의 미안함일 뿐이었습니다. 술을 붓고 음식들을 스쳐가는 젓가락은 눈앞의 슬픔 슬픔이였습니다. 담담하다고 다들 이야기하지만 그렇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본능적으로 느끼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은 다른 무언가로 대체되지도 않고  표현할 수도 없는 것으로 온몸이 반응했습니다.


또 집을 떠나면 조금은 무뎌지겠지만 문득문득 엄습해오는 알수없는 것들로 인해 내 생각과 몸짓은 순간순간 멈춰진 시간속에 갇혀 지내고 있습니다. 가끔 그래왔던 것처럼.


세상  모든 것은 그대로인데 세상이 없어진 기분입니다. 어머니는 결국 영원히 내곁을 떠난 후에야 세상 모든 것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평생을 그랬던것처럼 혼자 남겨진 아버지를  부탁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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