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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Mar 22. 2017

청주 우암산을 걷다

필요한 것들을 마주하는일

넓은 주차장에 늘 많은 차로 가득찬 그곳. 이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그리고 나와 달리 산으로 가는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지 늘 궁금했습니다. 오늘 그 산으로 가는 사람들 속에서 함께 했습니다.

일찍 찾아온 주차장은 아직까지 약간의 여유가 있었습니다. 늘 주차할 곳을 찾아 헤매던 지난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신발끈을 단단히 조여매고 가방에 물 두병과 초코파이 두개와 생각해야 할것과 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지을 수 있는 마음의 능력이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봄이 진짜 왔는지 날씨는 따사했습니다. 약간의 쌀쌀함이 있었지만 오히려 등산하기에는 더 좋았습니다. 약간의 움직임은 몸을 덥혀주기만 했지 땀을 나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사람들의 옷차림에서 이미 봄은 와 있었습니다. 비록 산은 아직 가을의 흔적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몇몇 나무들은 본능적으로 봄맞이를 조심스럽게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아스팔트길을 따라 걷자마자 오른쪽으로 난 작은 길은 부드러운 흙길이였습니다. 오랜만에 산에 왔습니다. 혼자. 다들 누군가와 함께 이야기하고 걷는데 나는 혼자였습니다. 혼자임은 익숙하지만 갈수록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었습니다. 내가 걷는 걸음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면서 걸었습니다. 이제 초등학생이 된 듯  보이는 아이들이 나보다 먼저 간다고, 나보다 훨씬 나이 많으신 분이 나보다 앞서 간다고 부럽거나 내가 더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은 한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산과 흙과 공기를 느끼고 싶었을 뿐입니다.


산  아래의 것들이 많이 보이면서 그들은 작아져 갔습니다. 바람길이 열린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은 기온의 차이를 가져왔습니다. 완만한 경사와 거적을 깔아놓은 듯 무언가 놓인 길은 사람들을 힘들이지 않고 위로 위로 보내주고 있었습니다. 약간은 좁게 느껴지는 산길이 가끔은 긴장감을 주기도 했습니다.

별로 힘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제는 한번쯤 쉬어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쯤에 팔각정이  있었고,  목이 말라 한번쯤 갈증을 느낄 쯤 약수터가 있었습니다. 한번쯤 이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날 쯤 내 앞에 물건이든 사람이든 모습을 드러내는 것만큼 고마운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제법 많이 걸어 성에 도착했습니다. 제일 먼저 아이스크림 아저씨가 반겨주었습니다. 이대로 내려가기는 아쉬워  성을 한바퀴 돌았습니다.


성은 예전 그대로였습니다. 어쩌면 수백년동안 그대로 였을지도 모르겠네요. 다만 전쟁과 방어의 개념에서 휴식과 관광의 개념으로 바뀐 것 뿐입니다.

운동 부족 즉 게으름과 나태는 성 한바퀴 가볍게 도는 것조차 쉽지 했습니다. '아직도 멀었을까' 를 자꾸만 생각났습니다. 꽤 긴 시간 걸었습니다. 밥시간을 훌쩍넘었다는 사실을 배고픔으로 알았습니다. 내려가서 밥먹는 일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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