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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Jan 25. 2019

낯선 사람들과 낯설지 않은 만남

어떤 특별한 모임

아들을 데리고 가려고 했는데 뜻밖에 딸이 따라 나선다고 했다. 평소에도 엄마와 떨어지지 않는 딸이 1박으로 아빠를 따라 나선다고 하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모임 날짜는 다가오는데 아들은 전혀 따라나설 생각이 없고, 딸은 간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이해할 수 없는 난감한 상황이 몇일동안 계속되었다.


결국 모임 전날 참석을 이야기하고 아침을 맞이했다. 그리고 전화 한통. 평소에 전화를 하는 것과 받는 것 둘다 잘 안하는 분이 아침부터 전화를 하는거 보면 무슨 일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얼른 전화를 해보니 우리가 잡은 숙소에 여분의 방이 하나 더 생겼는데 니가 알아서 해줘봐 라는 것이었다. 난감하기 이를데가 없었다. 머리를 굴려도 딱히 전화할 곳도 없고 용기도 없었다. 다행히 잘 해결되었고 방이 하나더 생겼다. 여유있게 잠을 잘 수 있게 되었으나 우리 딸은 밤새 시끄러움에 시달렸다.


딸을 준비시키고 나도 준비하고 괴산으로 향했다. 다행히 딸은 기분이 좋다. 곰 젤리와 견과류를 안겨준게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날만  잡으면 오는 비, 내가 잡은 날은 아니지만 그놈의 용띠는 우사의 자질이 있다. 올해도 이미 수학여행 사전답사로 가던 날  마른 날에 비가 내렸다.


1등으로 도착, 그러나 아무도 없었고 마침 각연사를 간다는 분이 있어 다시 차를 돌려 계곡 입구까지 나와서 함께 밥을 먹고 움직였다. 내가 밥을 사야 하는데 결국 얻어 먹었다.


각연사는 내가 좋아하는 절 중에 하나다. 절 입구가 요란하지 않아서 좋다.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절까지 계곡을 따라 깊숙이 들어간다. 마치 호리병속으로 빨려 들어간 느낌. 지금은 비록 예전보다 길이 넓어지고 나무도 아직 푸르지 않아 한참 좋았던 기억과는 멀지만 아직까지도 절 입구까지는 자연 그대로 였다.


내려서 찬찬히 경내를 산책하고 그래도 아쉽고 여유가 있어 경내를 빠져나와 산으로 가는 길에 만날 수 있는 귀부 부도 탑비를 보물 찾기하듯 찾아서 보았다. 오래전에 와본 곳이라 못 찾으면 망신인데 라고 은근 걱정했는데 다행히 헤매지 않고 다 찾았다. 그러는 중에 딸은  씩씩하게 산을 다녔고 오히려 아빠는 과잉보호자처럼 되어 버렸다. 업어달라고 하지 않는 것이 평소와 달라 기특했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 되었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딸은 비맞는 것이 신이났고 아빠는 감기걸릴까봐 걱정이 앞섰다. 결국 다음날 끝나고 집에 오니 콧물이 줄줄 또 그 다음날 병원행...


숙소에 도착하고 다른 사람들도 시간 차이를 두고 도착하기 시작했다. 막상 오긴했지만 낯가림을 해결해야 하는 일이 남았다. 나와 딸 특히 딸이 걱정이다. 같이 밥먹고 놀던 언니는 숙소에 오자마자 우리 딸을 배신하고 말았다. 주변에 우리 딸이 기웃거려도 쳐다도 보지 않았다. 윽 결국 딸은 내가 봐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야구를 보면서 저녁이 되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비가 더 많이 오고 바람도 불기 시작했다. 텐트는 물건너가는 분위기다. 드디어 음식들이 차려지고 고기는  먹방에서나 보던 비주얼과 맛을 냈다. 술은 품앗이로 종류별로 다 있었다. 딸의 식사를 먼저 챙기고 틈틈히 나도 고기를 먹었다. 밖에서 계속 있고 싶었으나 딸의 건강이 염려되어 방으로 들어왔고 우리 딸과 함께 나머지 애들을 봤다. 그냥 진짜 보기만 했다. 이것이 나의 운명이야 라고 생각할 쯤 구세주가 나타나  나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짐정리를 하고 방에서 2차가 시작되었다. 상 위에는 또다른 저녁 밥상 이라고 해도 될만큼 푸짐하게 차려졌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는데 모샘의 입담 가득한 수업 나도 배우고 싶고  한번 들어보고 싶다. 강의식도 알아야 하지. 그리고 설강사 이야기의 결론은 9*학번을 이상한 사람들로 만들었다. 또 설강사 때문에 잘 자던 딸이 깼다. 이래저래 설강사 도움이 안된다. 딸옆에 누웠는데 귀는 어찌나 밝은지 대화가 다 들렸다. 그리고 코골이도.


아침에 일어나니 상쾌하기 그지없다. 어제처럼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지극히 자율적으로 서로의 빈공간을 채우면서 아침밥과 숙소가 정리되었다.


짐 정리후 어제 못한 족구 대신 축구를 했다. 딸 손잡고 어슬렁거리는데 공이 오면 딸을 질질 끌다시피 하며 공을 찼다. 무릎에 흙이 잔뜩 묻어있었고 힘들어도 재밌다고 낄낄 웃었다.


끝은 화양동의 어슬렁 산책과 나의 무식함으로 끝났다.

낯선 사람들임에도 낯설지 않게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이 모임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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