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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Jan 25. 2019

연탄 봉사

겨울을 나는 소중한 연탄

그래도 해야죠? 제자의 말에 반 포기했던 연탄봉사를 서둘러 약속을 잡고 사람을 모았다. 예년에 비해 적은 인원으로 더 긴 거리를 더 많이 날라야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착한 제자들은 게으름 피우지 않고 신나게 연탄을 날랐다. 할머니가 주시는 커피 한잔과 요구르트에 없던 힘도 생기는가 보다.

2개씩 깨지지 않게 소중하게 안고 꽤 긴 골목을 걸었고, 그동안 사용한 적 없는 리어카를 사용했다. 예전에는 중학생들까지 와서 길게 줄을 서서 날랐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두 집에 각각 200개를 배달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마지막으로 배달 간 집에 갔을 때 내가 5분만 쉬었다 하자고 했다. 연탄을 몇백 장 나르고 또 걸어서 이곳에 왔는데 바로 시작하자고 하기가 미안했다. 그런데 사무국장님이 하시는 말이 ' 이 집에 연탄이 떨어져서 난방을 못하고 있다'했다. 그 말에 서둘러 연탄을 날랐다. 마당에는 꺼진 연탄재만 있었고 연탄이 쌓여갈 때쯤 할아버지는 번개탄을 피우기 시작하셨다. 몇백 원 하는 연탄 한 장 구할 수 없어서 밤새 추위에 떨어야 했던 할아버지의 모습을, 과연 할아버지 개인의 능력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봉사가 끝날 때쯤 할아버지는 호떡을 한가득 찜솥에 해오셨다. 추운데 고생한다고 배부르게 먹고 가라고 건네신다. 할아버지의 소중한 며칠 동안의 간식, 어쩌면 할아버지의 한 끼 식사일지도 모르는 것을 아낌없이 주셨다. 정이 오가는 현장이다.


연탄 하나에 600원 하던 것이 800원이 되었다고 한다. 앞으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낙인찍혀 보조금이 계속 줄어들어 1000원까지 오른다고 한다. 가진 것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나마 값싸게 겨울을 보낼 수 있는 연탄도 점점 부담스러운 가격이 되어가고 있다.


늘 그렇듯 마지막은 자장면 회식으로 끝났다. 내년에도 하실거죠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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