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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Aug 03. 2017

고향의 봄

농사이야기

봄이  왔다. 봄은 농부들에게 다시 들로 나가게 하는 계절이다. 죽었던 풀들이 다시 자라고 작년에 수확하고 남은 흔적들이 공존하는 시간이다. 그 공존의 시간에 농부는 다시 일년을 시작할 계획을 세우고 농작물이 자랄 수 있도록 땅을 일군다.


시골집에는 이제 홀로 남겨진 아버지만 계신다. 자식들은 힘든 밭농사는 안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농부는 밭을 놀릴수 없다고 예년에 해오던 일을 하시겠다고 한다. 가까이 살기를 바랬지만 고집을 피워 고향으로 직장을 옮기지 않은 잘못을 나는 지금에야 후회하고 아버지가 하는 모든 것들을 들어주고 싶었다.


깨를 심는 것, 이것이 오늘 할 일이다. 풀이 자라지 못하도록 덮어둔 덮개를 여니 갈색흙이 나왔다. 그 위를 검은  비닐을 덮고 구멍에다 깨를 넣어주면 끝이다. 대규모의 상업적 농업이 아니기 때문에 기계를 별도로 사서 하지는 않는다. 막대기로 기준을 잡고 예전 모내기때 쓰던 못줄로 밭이랑  위로 길게 이어 줄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한 다음 길게 고랑을 파 깨를 넣었다. 그리고 검은 비닐을 덮고 하얀 비닐로 다시 덮었다. 일을 하는 동안 늙으신 아버지를 옆에서 바라보며 시키는대로만 했는데, 내가 더 많은 일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께서 일일이 다 하신다. 내 손은 예전에는 일하던 손이었는데 그새 맗이 고와졌다. 그래서 이제는  공부하는 손이란다. 나는 일하는 손이 더 좋다. 곱고 하얀 것보다는 조금은 타고 마디가 굵고 흙이 있는 그런 손이 더 좋다. 뭔가 한 것에 대한 보상이니까.


날씨는 더웠다. 물은 연거푸 두컵을 마실만큼 열심히 일하셨다. 밭은 보기좋게 되었고 이제 깨만 잘 자라주면 된다.


이것을 내가 해야할 것이 아니라 예년처럼 부모님이 사이좋게 이심전심으로  일을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밭을 고르고 깨를 심고 그것을 흙으로 덮는 그런 모습이 비록 힘이 들지라도 부모가 같이 하는 모습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알았다. 이것 뿐이겠는가. 집안 모든 것들이 함께 또 따로 하시면서 일군 것이 아니겠는가. 자식들 키우는 것 역시 그랬다.


힘들어도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알았다.


밤에는 피곤하셨는지 거실에서 티비를 켜놓고 그냥 주무셨다. 자식이 와서 방도 빼앗기고 거실에서 이틀을 주무셨다. 나도 옆에서 같이 티비를 보는둥 마는둥 했다.


채울 수 없는 것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마음도 갈수록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많아지고 있다. 함께 있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은 커져만 간다. 티비에는 늙으신 아버지를 모시는 나이든 아들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곁에 와서 살고 싶은데, 앞으로 20년 뒤쯤 아버지가 계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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