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Aug 05. 2017

남자, 홀로 애기들 돌보기- 둘째 날

계곡에서의 첫날

집에만 있으면 서로 힘들다는 것은 이미 경험으로 겪었다. 따라서 뭔가 일정을 계속 만들 수 밖어 없다. 그래서 미리 2박 3일을 계곡에서 보내기로 하고 아주아주 저렴한 휴양소를 예약해서 당첨해놓았다.


어제 오랜만에 글쓰느라  밤늦게까지 있었더니 아침에 피곤했다. 애들은 충분한 잠으로 일찍부터 깨어 있었다. 내가 안 일어나니 몸으로 나를 깨웠다. 오늘의 일정을 이야기했음에도 지루함은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겨우 일어나 아침을 먹이고 거실에 있는 이불을 정리하고 어지럽혀져 있는 거실을 청소했다. 가위로 잘게 쪼개진 종이들을 빗자루로 쓸어담았다. 도저히 손으로 주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아들은 도와준다고 함께 했고 오빠가 들고 있는 빗자루를 만지고 싶다고 딸은 울었다. 오빠가 하는건 사소한 것도 꼭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딸이다. 이런 상황은 나를  참 지치고 힘들게 했다.


설거지를 하고 계곡갈 짐을 챙겼다.  물놀이 도구 한가방  아이스박스 한개 옷짐 두개 휴대용 변기와 모기장, 아내가 당부한 음식물 쓰레기, 애들 장난감  이렇게 챙기니 짐이 산더미다. 다행히 수레에 가득 실고 아들이 캐리어를 끄니 딱 맞았다. 집은 비울시 해야 하는 것들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집을 나섰다. 짐을 다 챙겼다고 했는데도 빠뜨린 것이 많았다. 둘이 하던 일을 혼자하니 빈틈 투성이였다.


 이제 마트가서 장보는 일이 남았다. 딸은 카트에 태우고 아들은 걷게 했다. 아들에게 점수 많이 따면 큰 선물 받을 수 있다고 꼬드겼다. 아들은 식식하게 걸었고 우린 필요한 것들을 의논해가며 담았다. 어느새 한가득 이제는 계곡으로 떠날 시간이 되었다.


계곡으로 향하는 동안 날씨는 덥기를 그리고 계곡물은 적당하기를 바랬다. 저번에는 비가 너무 많이와서 계곡에 못들어 갔기 때문이다. 계곡물이 거세게 흘러가는 것을 보고 걱정했다.  듬성듬성 휴가객들이 보였지만 많지는 않았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계곡을 내려가니 물이 많이 흘렀지만 애들 놀기 좋은 곳이 있었다. 구명조끼와 튜브,공, 장난감으로 신나게 놀았다. 차가운 계곡물에서 나는 애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계속 주의를 주며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머 놀았다. 우리말고도 애들이 있어 같이 놀지는 않았지만 심심하지는 않았다.

물놀이로 신난 아이들

그때 갑자기 고기를 아이스박스에 안넣고 온 것이 생각났다. 애들을 두고 가기는 위험했고 데리고 가기는 일이 너무 많아 고민을 하고 애들 의견을 물었다. 딱히 답은 없고 고기를 버려야 하는 상황이였다. 다행히 옆에 계신 분이 눈치보고 있다가 애들을 봐주겠다고 해서 얼른 갔다왔다. 감사하다고 두번이나 이야기했다.


물은 깨끗했고 애들은 튜브를 타며 신나했다. 다슬기와 물고기를 잡았으면 좋았을텐데 그러지는 못했다.  나무와 자갈로도 한참을 놀았더니 애들 얼굴이 파래져왔다. 추운 기운이 올라오는 것이었다. 나는 당장 짐을 꾸리고 애들을 계곡에서 빼서 방으로 들어왔다. 애들을 따뜻한 물에 씻기고 티비를 틀어주었다. 그동안 나는 차에서 짐을 날랐다.


티비에 빠진 애들 계곡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았으면 티비만 계속 봤을텐데 다행이였다. 티비를 최대한 적게 보여주는게 또다른 목표이기도 했다. 한참을 티비보다가 이제는 한번 끊을때가 되어서 숙소앞 마당으로 나왔다. 잠자리도 잡고 공도 차면서 땀나게 놀았다. 그랬더니 평소 저녁먹는 시간을 훌쩍 넘겼다.

축구를 끝내고

애들을 다시 데리고 와서 티비를 보게 하고 나는 저녁밥을 준비했다. 고기가 상했으면 안되는데 하면서 구워주었다. 다행히 애들이 잘 먹었다. 그래도 모자라서 라면도 끓여주었다.


계곡에서의 하루가 이렇게 지났다. 하루가 지났고 아내의 여행도 하루가 줄어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자, 홀로 애기들 돌보기- 첫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