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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Aug 07. 2017

남자, 홀로 애기들 돌보기 - 넷째 날

다시 집으로

괴산 쌍곡에서의 2이 끝났다. 아침 공기는 도시와 달리 산에서 흘러내려오면서 계곡물과 산들거리는 나무를 만나면서 차가워진 상태 그대로 방으로 들어와 상쾌한 느낌을 주었다. 에어컨이 비슷하게 모양을 하긴 했지만 자연이 주는 느낌은 따라가지 못했다.

이불에서 일어나지는 못했지만 일찍 일어난 아들은 어제 약속한 대로 방학 숙제를 하고 티비보기로 한 것을 지키기 위해 이것저것을 찾았다. 나는 귀만 열고 있다가 필요한 것을 단답식으로 이야기 했다. 마지막으로 필기구를 찾아야 하는데 계속 못찾은 모양이다. 나는 약간 짜증 섞인 목소리로 찾아보라고 했는데, 이내 울음이 터져 나왔다. 나는 바보같이 왜 우냐고 하니 그냥 눈물이 나온다고 했다. 그제서야 일어나보니 아들은 필기구를 찾기 위해 온 방의 이불과 짐들을 헤집어 놓은 상태였다. 본인은 최선을 다했는데 못찾아서 숙제를 못하게 되고 시간은 계속 흘러가는데 만화는 볼 수 없으니 속상했던 모양이다. 나는 어제 딸이 얼굴에다 낙서했던 그 필기구를 자고 있는 딸에게 물었고, 내 휴대 가방에 넣어 놓았다고 했다. 나는 얼른 필기구를 꺼내 아들에게 쥐어 주고 옆에서 숙제를 도와주었다. 아들은 급한 마음이었지만 정석대로 숙제를 해났고 분량만큼 끝냈다.


아들은 티비를 보고 나서야 비로소 안정과 웃음을 되찾았다. 집에서 티비를 보여주지 않은 것은 지금 생각해도 탁월한 선택이었다. 딸은 티비를 그렇게 까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곳에서 만화나오는 채널은 딱 2개 밖에 없어서 보는 것이 정해져 있어 한참을 보더니 지루한 모양이었다. 나는 애들에게 간단한 아침을 먹이고 쉬고 있는데, 애들이 밖으로 나가자고 졸랐다. 의외의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나는 서둘러 짐 정리를 했다. 애들을 두고 차에 두고 올 수 있는 짐들을 정리했고, 쓰레기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데 아차 딸의 바지가 없었다. 난감한 상황에서 딸은 계속 나를 따라 가겠다고 했다. 팬티만 입고 야외로 나간다는 것을 말릴 방법이 없었다. 딸은 슬리퍼에 팬티와 나시 차림으로 잔디밭을 뛰어다녔다.


아들은 계속적으로 짱구는 못말려만 봤더니 지겨웠던 것 같다. 그래서 어제 잠깐했었던 축구를 계속하자고 졸랐다. 퇴실 예정시간보다 무려 1시간 일찍 나왔다. 바람은 불었지만 햇볕은 따가웠고 눈은 제대로 뜰 수 없는 상태였다. 휴대폰에서는 폭염주의보를 알리는 문자가 울렸다. 그래도 애기들과 축구를 한참이나 했다. 땀이 삐질삐질 흘러나올 만큼 되었을 때 계곡에 물놀이하러 갔다.


어제와 달리 계곡물은 많이 줄어있었고 우리가 놀던 곳은 이제 발목까지 밖에 오지 않았다. 어제 물살이 빠르고 물이 깊었던 바위 너머가 이제는 놀기가 더 좋은 상황이 되었다. 튜브에 바람을 넣고 공에 바람을 넣고 애들이랑 놀았다. 아침이라 그렇지 계곡물은 차가워서 가만히 서 있으면 추웠다. 왔다갔다 해야 하는데, 애들이 위험한 곳으로 빨려들어갈까 계속 물이 깊은 곳에서 서 있었다. 무서운 것을 모르는 딸이 나에게 오겠다고 계속 노력하다가 결국 물살에 휘말려 들어갈 뻔한 일이 일어났다. 딸을 무섭게 혼내고 다시는 못하게 했는데, 딸은 특유의 시무룩한 표정으로 있다가 이내 장난기가 발동하고 오빠가 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 했다. 물살이 빠른 건너편으로 애들을 데리고 한번 왔다갔다도 했다. 애들은 그것조차도 재미있어 깔깔거렸다.


아침이라 우리가 있는 쪽은 애들이 없었고 건너편 캠핑장 아래 쪽은 아침부터 애들이 제법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우리가 있는 곳보다 훨씬 놀기 좋은 곳이었지만 그까지 갔다왔다 가는 것이 힘들어 그냥 조금은 좁고 위험하지만 그냥 놀았다. 아들은 물속에서도 끊임없이 놀이를 만들어 냈는데, 마지막에는 물고기 잡는 족대로 야구를 하면서 물놀이를 끝냈다. 애들의 얼굴이 파래져 오고 있었기 때문에 더이상 물놀이를 하는 것은 힘들다 판단했다. 차 있는 곳으로 와서 옷을 갈아입히고 부실한 아침을 만회하고자 간고등어 정식으로 애들 점심을 해결해주었다.


이제 집으로 오면 되는 길, 멀지는 않았지만 너무 뜨거워 운전하는 것도 힘들었다. 애들은 그제 힘들었는지 잠을 자고 있었다. 집에 도착했음에도 계속 잠을 자고 있어 강제로 깨워서 짐을 싣고 집으로 올라왔다. 애들은 다시 자신들의 장난감과 각종 놀이도구를 이용해서 집을 어지럽히고 있었고, 나는 빨래를 개고 빨래를 하고 갖은 짐들을 정리했다. 그 와중에 애들 받아보는 학습지가 도착해서 같이 읽어주고 놀아주느라 몸은 더 피곤하였다. 나는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고, 애들은 잠깐을 지켜보다가 나를 깨웠다. 일어나기 싫었지만 더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나니 벌써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다. 삼시세끼 해결하는 것이 정말 힘들다. 나는 대충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이지만 애들은 꼭 먹여야 했다. 아들은 스파게티를 먹고 싶다 했다. 엄마가 없으니 그냥 하고 싶은 것 다 들어주기로 했으니 다시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왔다. 몇군데 검색해서 간 곳은 역시 별로였다. 음식맛이 너무 강해서 애들이 먹기에 별로였고 나도 별로였다. 역시 인터넷은 믿을 것이 못된다.


이제 남은 것은 씻기도 재우는 일만 남았다. 목욕을 한다고 해서 욕조에 물을 받아주고 그 사이에 거실을 청소기로 한번 밀고 이불을 깔아 언제든지 잠을 잘 수 있도록 만들었다. 조금 있으니 딸이 잠온다고 보챘다. 눈에는 잠이 이미 반쯤 와 있었다. 동화를 틀어주고 나란히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내일은 뭐할까 물었더니, 별 대꾸를 안하다가 딸이 동물원 가고 싶다고 했다. 멀지 않은 곳에 동물원이 있지만 급경사의 그곳을 애들 둘 데리고 다닐 수 있을지 고민이다. 일단 내일은 병원부터 가봐야 겠다. 우리 셋 모두 장염에 걸린 듯 하다. 엊그제 고기를 사서 차에 2시간 정도 그냥 두었던 것을 먹었는데 그게 아마 문제를 일으킨  모양이다. 애들은 장염인 것 같은데도 잘 놀고 열도 안나고 해서 일단 한 숨을 돌렸다.


나는 혼자 애들을 데리고 논 최대 일 수가 하루 지났고, 아내는 니스를 향해 하루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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