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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Aug 09. 2017

남자, 홀로 애기들 돌보기-다섯째 날

일상으로 돌아온 고달픔

일상으로 돌아온 첫날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야행성인 습관이 고쳐지지 않아 애들 재워놓고 이것저것 쓸데없이 시간을 보내다가 늦게야 잠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애들은 평소에 아빠의 모습을 알고 자기들끼리 놀고 있었습니다. 눈을 뜨니 9시가 넘었습니다. 일어나서 애기들 밥을 먹이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아내가 끓여놓은 미역국이 있어서 데워서 아침을 해결했습니다.


이제부터가 문제였습니다. 어제 딸이 동물원에 가자고 했는데, 폭염주의보가 내려 야외활동을 자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애들은 점점 따분해 하고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는데, 딱히 볼만한 것은 아니었지만 시간을 때우자라는 생각으로 애들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애들은 미리보기를 해보더니 보러 가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박물관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찾아보니 오늘은 상영을 안하는 날이었습니다. 아들에게 블럭놀이를 갈꺼냐고 물어보니 그것도 하기 싫다고 했습니다. 5시에 미술학원을 가야 하는데 그동안에 할 일이 없어서 큰 일이었습니다. 밖은 눈으로 봐도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더워 보였습니다. 거실은 이미 청소 불가능 상태였고 이것을 청소한다고 해서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지는 않을 것 같아 그대로 두었습니다. 그때 아들이 킥보드를 타고 싶다고 했습니다. 폭염주의보에 퀵보드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를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점심을 먹였습니다. 아들은 냉면을 좋아하니 냉면을 사둔 것이 있어서 끓여주었습니다. 예전처럼 잘 먹지는 않았지만 나는 애들 밥을 챙겨줬다는 자기 위안으로 삼았습니다. 그 사이에 딸이 다니는 학원에서도 보강시간이 잡혔으니 올 수 있냐고 문자가 왔습니다. 당연히 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우선 딸을 먼저 학원에 보냈습니다. 딸은 학원에 가지 않겠다고 울었습니다. 겨우 달래서 학원에 들여 보냈습니다. 딸은 학원에서 주는 빵을 좋아했습니다. 그것으로 유인해서 학원을 보내고 서둘러 아들을 학원으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나니 집에 선풍기를 켜둔 채로 나온 것 같아 다시 집으로 가서 확인하고 주차장으로 왔는데, 또 기억이 가물가물하여 다시 올라가서 확인을 했습니다. 다시 학원으로 하여 딸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다행히 딸은 수업을 재밌게 끝내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아들을 데리러 갔습니다. 아들은 이미 수업을 끝마치고 조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저녁을 먹을 시간인데 오전에 학원끝내놓고 퀵보드 타러 가자고 약속했기 때문에 퀵보드를 타러 갔습니다.


우리 동네에는 산책로가 잘 되어 있어서 그곳에서 타고 밥먹으러 가면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은 퀵보드를 보는 순간 바로 내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아들과 딸은 아까 가야했던 화장실을 이제서야 간다고 했습니다. 냇가로 내려가서 그곳에서 소변을 해결했습니다. 산책로에서 잡기 놀이와 빨리 가기 놀이를 하면서 원래 차가 있는 곳으로 왔습니다. 한바퀴를 돌고 나니 저녁 먹을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아들이 좋아하는 육개장 집에 갔습니다. 역시 가자마자 티비 앞에 그대로 앉아 버렸습니다. 밥을 왔다갔다 하면서 먹었고 밥을 다 먹고 나서도 한참을 식당에 있었습니다. 날은 이미 어두어졌고 손님은 우리만 있어서 영업시간이 끝난 줄 알고 나올려고 하는데 손님이 들어왔습니다.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았고 아이들은 티비를 계속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아들이 먼저 집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정말 티비에 자기가 원하는 것을 안했던 모양입니다. 나는 계산을 하고 마트에 들러 장을 조금 보고 집으로 왔습니다.


집에 와서 먼저 애들을 씻기고 엉망으로 되어 있는 거실을 청소했습니다. 거실 청소를 끝내고 이불을 깔고 나니 친구가 오기로 한 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다시 애들에게 옷을 입히고 삼촌 데리러 간다고 나왔습니다. 시간이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친구는 터미널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친구를 데리고 집에 와서 애들을 재웠습니다. 엄마가 없어서 자꾸만 일상이 흐트러지고 있습니다.


일상으로 돌아온 첫번째 날이 지났고 아내의 프랑스 운전 실력은 하루가 늘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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