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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Aug 15. 2017

오래된 친구 오랫만의 만남

신뢰가 쌓은 세월은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비오는 날 택시잡는 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냥 집을 나섰다가 비오는 날은 택시가 잘 잡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마음이 급해졌다. 택시를 기다리는 듯한 또 한명의 사람때문에 마음은 더 다급해졌다. 그때 반대편에서 오는 빈차라는 빨간표시를 놓칠새라 손을 흔들고 그것도 모자라 급히 반대편으로 뛰어가서 간신히 택시를 잡았다. 물웅덩이에 한쪽 발이 빠져 흠뻑젖어 찝찝했지만 그것까지 신경쓸겨를이 없었다. 늦지 않기를 바랬고 다행히 물 한병 살 수 있는 시간은 벌었다.


내가 타고 갈 기차는 늦지않게 왔고,  나는 짐을 들고 좁은 복도를 따라 내 자리를 꽤 오랜 시간이 걸려 찾았다. 옆에는 어떤 여자분이 앉아있었는데 서로 말을 할 그런 분위기는 아니였다. 서로 발밑에 짐을 두었고 그 짐을 피해야 하는 다리는 서로 안 부딪치게 조심해야 했다. 또한 잠을 잘때도 서로 부딪치지 않게 신경을 써야 했다. 코레일 잡지를 보고 휴대폰으로 기사 검색을 하고 나니 피곤이 몰려왔다. 내가 가는 곳이 종점이 아니기에 진동모드 알람을 대충 맞혀놓고 잠을 청했다. 어제 늦게 잠을 잔 것 때문인지 잠을 잔다는 느낌도 없이 골아 떨어졌다. 옆사람에게 무언가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무의식적으로 자꾸만 복도쪽으로 머리를 몇번이나 떨구었다.


처음가보는 역에는 친구가 기다리고 있다. 역에 내려 맞지 않을 줄 알았던 비를 몇방울 맞고서야 역안으로 들어섰다. 이 많은 사람들 중에 내가 찾는 누군가를 만나야 하는데 몇번을 두리번거려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때 형님 하는 소리와 함께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을 한참 후에야 알아보았다. 내가 알고 있던 후배의 모습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그동안에 또 살이 엄청 빠져있었다. 학교다닐때의 통통한 귀여운 느낌은 이제 찾을 수가 없었다.


시간은 그렇게 옛 모습을 지워가고 있었다.


후배를 만나고  다시 나를 기다리는 친구를 만났다. 엊그제 만났던 친구는 그대로였고 우리가 만나는 시간과 날씨와 장소만 바뀌였다.


식당앞

점심은 후배가 원하는 피자를 먹으러 갔다. 시내중심가를 통과해서 한적한 시골 느낌에 전원주택들이 언덕에 듬성듬성 보이더니 작은 포구가 나타났다. 바다가 보이는 피자집을 내가 가자고 했는데 딱 내가 원하는 곳이었다. 사람들이 잘 찾지 않을  것 같은 어선이 몇척 떠있고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따라 집들이 서 있는 곳이였다. 예전에 이곳에 왔다가 눈여겨 본 곳을 데려 온것이다.

우리가 앉았던 자리

바닷가 바로 앞 가게에는 중년의 부부가 막 자리를 잡고 있었다. 비는 끊임없이 내렸고 그 속을 왁스의 노래들로 가득찼다. 비와 왁스는 오늘따라 바다를 만나 묘하게 어울렸다. 탁월한 선곡이였다. 그동안에도 비는 계속 내렸고 땅으로 바다로 내려온 비는 각자 자기 살길을 찾아 떠나고 있었다. 가물었던 남부지방에 모처럼 비가 흠뻑 내리고 있었다.


창가에 마주앉아 음식을 시켜놓고 과거와 현재를 이야기했다. 미래를 이야기하기에는 해결해야 할 현재의 일들이 너무 많았다. 스프와 샐러드가 푸짐하게 먼저 나왔다. 아침도 거른 상태라 기다릴  여유도 없이 먹기에 바빴다. 스파게티와 피자가 연이어 나왔고 우린 사이좋게 서로를 배려하면서 먹었다. 맥주 한병을 시켜 먹는  낭만도 있었지만 나는 먹지는 않았다. 와인을 먹어야 한다는 내 이야기에 친구는 와인은 여자와 함께 먹어야 한다며 시키지 않았는데 하필 계산하고 나오면서 돌림판을 돌렸더니 다음에 오면 와인 한잔 공짜를 득템했다. 다음 번 친구는 과연 그 쿠폰을 사용할 수 있을까? 우리가 나올때 쯤에는 꽤 많은 사람들로 가게가 찼다. 이제는 멀리있어도 분위기와 음식만 좋다면 기꺼이 시간을 내서 찾아오는 시대가 된 것이다.

스트레스 없음을 뜻하는 각게


커피한잔 먹으러 가는데 친구와 후배는 이미 갈 곳을 정해놓고 있었다. 이쪽 해안가에는 우리가 커피 브랜드가 모두 자리잡고 있다고 했다. 진짜  큰 건물의 커피가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그 앞으로는 평일임에도 차들로 가득했다. 우리는 다리가 잘보이는 커피가게와 그 가게에서 다리가 잘보이는 곳에 자리잡았다. 정확히 말하면 좋은 자리들은 이미 다른 사람든로 꽉차있었고  우리는 한번의 자리를 옮기고서야 조금 괜찮은 자리를 잡았다. 비만 오지않았어도 밖에 더 좋았을 것이다.

커피가게에서 본 다리

 후배는 시켜놓은 커피를 앞에다 두고서야 지난 10년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자세히 우리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동안에는 이렇게 오랫동안 마주 앉아 이야기 할 수 만남이 없어서 얼핏 알고만 있었던 이야기를 이번에 다 털어 놓았다. 오랫동안 함께 하고 많은 일들과 많은 이야기들을 밤새도록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했던 사이였지만 서로의 삶이 바빠 그동안 만나지를 못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 순간 시끌벅적 해서 주위를 둘러보니 자리가 가득찼고 젊은 연인부터 갓난 애기 엄마들까지 다양한 사람들로 빈자리가 없었다.


이제 나도 고향으로 아버지에게로 가야할 시간이 되었다. 나를 기다리고 계실 분을 기다리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시간은 더 많은 대화를 위해 우리를 배려해주지는 않았다.


친구는 먼 시골집 앞까지 나를 데려다 주고 돌아갔다.


오래된 친구를 오랫만에 만나 서로가 쌓아둔 신뢰를 바탕으로 무슨 이야기를 해도 공감을 하는 대화를 오랫만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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