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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Dec 31. 2017

이승환으로 돌아갈 수 없음은 슬픈 것이 아니다

자기가 처한 상황속에서 마치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듯 절묘하게 가슴의 약한 부분을 파고드는 음악을 오랫동안 기억하는 것 같습니다. 또는 어떤 인생의 중요한 시점이나 사건이 있었을 때 마음을 위로해주던 음악을 가끔씩 꺼내 듣거나 우연히 그 음악을 접하게 되었을 때 마음이 멈추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음악풍도 그때 그때 조금은 바뀌어 가는 것 같습니다. 또 음악을 따라  자신의 삶의 모습도 변해가는 것 같습니다. 내가 좋아하던 가수들은 더이상 내 가슴속에 머물지 못하고 뒷전으로 조금씩 조금씩 나도 모르게 밀려나가고 있었습니다. 


김광석의 모습을 비록 한번도 보지 못했지만 온 얼굴이 쭈글쭈글하 웃는 모습을 그리워했습니다. 다들 그 시절을 겪었던 사람들은 인생의 갈림길에는 김광석을 꼭 만났었습니다. 군대갈 때 듣는 '이등병의 편지', 나이 서른이 되면 듣는 '서른즈음에' , 사랑의 아픔을 느낄 때  듣는 '사랑했지만',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듣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 인생의 쓴맛을 느끼지만 희망을 놓치말아야 할 때 듣는 '일어나' 아직은 다다르지 않은 그러나 먼 미래라고 느껴지지 않을 시점에 듣게 될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등이 있었습니다.

그런 그도 밀려나 있었습니다.


동물원을 들었습니다. 가공하지 않은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좋은 그들은 고2때 만났습니다. 친구가 보고 싶어지는 날은 '혜화동', 어쩌면 나에게도 일어날지 모르다고 느꼈던 '시청앞 지하철 역에서'를 들으면서 살았습니다.

그런 그들도 밀려나 있었습니다.


이비에스에 작은 콘서트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하나씩 찾아듣기 시작했습니다. 그 속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승환의 콘서트도 있었습니다. 얼른 찾아들었지만 그에게 열광하던 한 소년은 더 이상 없었습니다. 그동안 남들은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이승환의 끝자락을 끝까지 붙들고 늘어졌습니다.


중학교 시절 체험학습 갈 때 친구가 챙겨온 음악을 들었는데, 그 친구가 직접 괜찮은 가수라고 소개를 해주었다. 그때는 듣고 싶은 음악을 가져가면 버스 아저씨가 틀어주었다. 그때 들었던 노래가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이였다. 이 노래는 그의 2집에 수록된 곡이였다. 처음으로 그의 노래를 접하고 리어카에서 카세트테이프를 샀던 기억이 있다. 1집은 찾았는데 이미 우리 집에 있었다. 형과 누나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학교때는 이오공감을 거의 모든 노래 가사들에 집착하면서 들었습니다. 그리고 선물까지 해서 친구도 물들도록 했습니다. 그 후로 이승환 앨범은 꼭 돈을 주고 사서 들었습니다. 4집까지 즐겨 들었던 것 같다. 까만 표지로 되어 있던 그의 앨범을 기억한다.


대학교 다닐 때는 안치환의 노래를 자주 들었습니다. 시에 곡을 붙인 노래들을 참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방학중에 발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농가에 살았는데 외출하고 돌아온 선배가 안치환테이프를 짧은 글귀와 함께 선물로 주었다. 이 테이프에 '내가 만일'이 있는 그를 인기가수로 발돋움하게 해준 테이프였지만 나는 거의 모든 노래들을 미친듯이 들었다. 자연속에 들어와 있는 듯 한 그의 몇몇 곡들은 내 정서와 꼭 들어맞았다. 그러나 그도 점점 밀려났습니다.


그렇게 이승환을 비롯한 여러 가수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냥 그런 한 뮤지션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 빈 공간을 잔잔한 노래를 듣는것 보다 비트가 강한 댄스가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비트 강한 노래를 찾아 듣기 시작했습니다. 덩달아 내 삶도 비트가 강하게 변해가고 있었고, 세상의 소리와 단절의 벽은 높아만 가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이상과 현실, 사랑과 밥 사이를 절묘하게 줄타기 하고 있었습니다. 삶이 그렇게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그 예전 따스했던 시절을 그리워하지만 정작 돌아갈 수는 없었습니다.
더이상 이승환의 시절로 돌아갈 수 없음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그러나 가끔 그리워 찾을 때도 있겠죠. 그 감성은 아닐지라도, 그러나 돌아갈 수 없다고 슬픈 것은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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