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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Jan 07. 2018

부모님를 떠나보내며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

삶이 얄궂다. 죽음이 얄궂다


죽음은 또다른 생명의 탄생을 의미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조상님들은 죽음을 "돌아가셨다"라고 하는 아주 멋진 말을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천상병 시인은 '귀천'이라는 시에서 죽음을 '이 세상 소풍이 끝나는 날'로 표현하였고 '아름다웠노라고 이야기한다'고 했습니다.


죽은 어미 연어의 고기살을 뜯어 먹고 자라는 연어처럼, 온몸을 자식에게 던져주는 가시고기처럼 한 가정을 꾸리면서 자식들이 커가는 밑거름이 되셨고 울타리가 되어주시던 분들이 이제는 어깨 위에 짊어진 무거운 짐들을 풀어 놓고 새가 되어 하늘로 훨훨 날아가셨습니다.


자식들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떠나셨습니까?

무엇이 그리 급하셨기에 1년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떠나셨습니까?

무엇이 그리 급하셨기에 수확을 끝내고 겨우내 먹을 식량을 가득 채워 놓고 편히 쉴수있는 계절로 접어드는 때를 택하셨습니까?


하늘의 꽃이 되고자 하셨습니까?

하늘의 별이 되고자 하셨습니까?

발걸음, 발걸음, 한손, 한손 손길 닿지 않은 곳이 없음에 그 발걸음을, 그 한손을 확인하는 그 순간속에 슬픔을 이겨내지 못할 사람들의 고통을 생각해보셨습니까?

작별의 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보내야 하는 자식들의 마음을 생각해보셨습니까?

좋아하시는 것 제대로 못해드리고 보내야 하는 자식들의 마음을 생각해보셨습니까?

따뜻하게 손한번 잡아주지 못하고 곱게 키워주셔서 고맙다고 한번 안아주지 못해 후회하는 자식들을 마음을 생각해보셨습니까?

세상에 뿌려진 삶의 흔적들이 아까웁지 않으셨습니까?

애지중지 알뜰살뜰 보살펴 세상에 내보낸 자식들의 더 많은 모습을 가슴에 담아가고 싶지 않으셨습니까?

더 많은 모습을 가슴에 담아가셔야 저 세상에서 하나둘 펼쳐 추억을 되뇌이며 살고 싶지 않으셨습니까?

손자손녀들이 부리는 재롱을 슬하에서 더 즐기고 웃으며 지내고 싶지 않으셨습니까?

주인을 잃은 가축들과 고양이들이 슬퍼하는 울음을  들리지 않으십니까?


가족의 편안한 휴식처를 만들어 주기 위해 쉼없이 울타리를 치셨고, 먹이를 날라주셨던 부모님, 이제 고난하셨던 삶을 훌훌 털어버리시고 마음 편히 저 세상으로 떠나세요.

자식들의 눈물어린 모습과 손자 손녀들의 뜻모를 눈을 보면서 안심하시고 편히 떠나세요.


홀가분 하십니까?

홀가분 하시다면 이제 마음 편히 저 세상속에서 자식들의 마음속에서 별이 되어 영혼의 쉼터에서 편히 쉬세요.


일평생 살면서 후회되지 않는 일이 어찌 없으시겠습니까?

그러나 일평생 행복의 순간이 더 많았고, 일평생 절망보다는 희망이 더 많으셨으리라 믿습니다. 이제 그 희망을 안고 다시 저 세상속에서 뿌리내리셔서 편히 사시옵기를 바라옵니다. 이제 또다른 세상에서 두분이서 두손 꼭잡고 행복하게 사시면서 가끔은 남아있는 자식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도 봐주세요.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짧은 세월속에서 평생을 자식들을 위해서 일하다시다 이제서야 겨우 좀 편히 쉬고자 하실때 하늘은 너무도 가혹하게 생명을 망설임도 없이 빼앗아갔습니다.

남아 있는 자와 살아 남은 자의 슬픔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말입니다.


다음 세상 무사히 도착하셨다면 못다 이룬 꿈, 못다 이룬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빌겠습니다.


         -사십구재에 올릴 편지를 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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