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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Jan 09. 2018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오래 전 삶의 또다른 락

#2 당신을 봅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각양각색의 헤어스타일을 하고 옷을 입고 각기 다른 모습으로 다른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정작, 왜 나는 당신만이 눈에 보이질 않을까요. 머리긴 여자도, 얼굴이 뽀얀 여자도, 삭발한 남자도, 무척이나 조그마한 귀여운 여자도 보이는데...


당신은 어디로 꽁꽁 숨으셨나요. 두리번 두리번 내가 당신을 찾는다는 것을 다른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게 슬쩍 슬쩍 뒤돌아보기도 하고 옆으로 보기도 합니다. 그럴때마다 사람들이 저를 본다는 시선에 얼굴이 발그레 빨게져 옵니다.


그러다가 수많은 나무 숲 사이로 다람쥐를 발견한 기쁨처럼 수많은 사람들 사이로 당신을 보았습니다.  화들짝 내 눈이 놀라고 혈관이 놀라고 피가 놀라고 심장이 놀랍니다. 그리고 내 고개와 시선이 자꾸만 당신을 향해 갑니다. 마치 해바라기가 해를 바라보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제 다른 사람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고 자꾸만 당신을 바라봅니다.


얼굴이 까만 그녀는 오늘 제법 멋을 낸 모양입니다. 하늘색 옷에 꽃무늬가 박힌 아주 단정한 옷을 입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늘 그랬던 것처럼 신문을 보고 있고, 경쾌한 손놀림으로 글을 쓰고 책장을 넘깁니다.


그녀는 늘 얼굴에 웃음끼가 가득가득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행동은 항상 경쾌합니다. 꼭 행진곡에 맞추어 움직이는 것처럼 말입니다.
 당신을 보면 이렇게 이유없이 웃음이 나오고 기분이 밝아집니다.



#3 오늘은 제법 일찍 나온 모양입니다. 매번 시작전 아슬아슬하게 오더니 오늘은 친구자리까지 잡아 주는 것 보니 말입니다. 내가 막 들어서는 순간 이곳 저곳에 그녀는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친구에게서 받은 고마움을 오늘 한번 갚기로 작정한 모양입니다. 서둘러 나도 앞으로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그런데 나도 오늘 제법 일찍 나와서 그런지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자리를 빠져 나왔습니다. 그녀가 잡은 자리 옆을 지났습니다. 꿍꽝꿍꽝 거리는데요. 무엇이..zz
포장마차에 토스트를 주문해서 물을 마시고 토스트를 한입 깨물었습니다. 그런데 순간 고개를 돌리니 그녀 혼자 꽤 큰 앞 마당에서 서성이고 있습니다.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면서 누군가를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전화기를 들고 뭔가 이야기 하더니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갑니다.


오늘은 무진장 당신을 많이 볼 모양입니다. 배고픔을 달래고 오니 신문을 보고 있습니다. 마음속에서 웃음이 자꾸만 나옵니다. 그녀가 하는 모든 행동들이 나에게는 너무나 재미있으니까 말이죠.


잠깐 자리에 앉았다가 화장실을 갔다가 돌아오니 그녀는 없고 책과 필통만 덩그러니 남아있습니다.
점심먹으러 나가는 길 하고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는데, 딱 내가 지나가려고 할 찰나에 그녀가 일어나서 점심먹으러 갈 준비를 합니다. 마치 나 오늘 여기 앉아있으니 그리고 나 오늘 수업들으러 왔으니  한번만 쳐다봐달라고 하소연 하는 것처럼.
이건 그동안 나와 그녀 사이에 오고 가는 인연의 한 자락이라고 저는 아전인수하고 있습니다.


육교를 건너면서 옆친구와 이야기하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바로 앞에서 걸어가고 있었으니까 말이. 그때도 "나 친구랑 이런 얘기 하면서 놀아요". 라고 그러니 제발한번 아는 척 좀 해달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크게 크게 합니다.
옆에 걸어가는 후배가 무슨 말을 하는 것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그녀가 시야에서 벗어날때까지 봅니다.


마치고 집으로 다들 돌아갈때도 당신을 보았습니다.  **에 걸터 앉은 당신은 질문을 하기 위해 기다리는 모양입니다. 당신을 더 많이 못보고 가야하는 내 마음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그러나 지난 시절에 비하면 오늘은 정말이지 내눈이 너무너무 호강했습니다. 그냥 한번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즐거우니까요..
그녀는 정말이지 내게 있어 웃음만 줍니다.



#4 끝내 말 한번, 끝내 미소짓는 모습 한번 보여주지 못했다. 그게 못내 아쉬웠을까? 최근 몇주는 예전처럼 스쳐지나가면서 느껴졌던 따스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내 마음 때문이었을까. 미안함.
끝내, 끝내 마지막으로 보는 그날은 얼굴을 보지 못했다. 계속, 수시로 뒤를 돌아보고 찾았지만 자주 있던 그곳에는 없었다. 못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때 본 것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꼭 해주고 싶었던 그말을 했을텐데.. 처음부터 뭔가 수작을 부린다던지 잘해보겠다는 그런 의도는 없었다. 그런데 자꾸만 시간이 흐를수록 욕심이 났다..


그 사람은 나를 알까?
한번이라도 나에 대해 궁금해 했을까?
내가 외로운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까?
내가 얼마나 가슴 떨렸던가를 알까?
내가 얼마나  한번이라도 보기 위해 가지 않아도 될 화장실을 갔었다는 사실을 알까?
내 마음이 들킬까봐 얼마나 가슴 졸이며, 목적지와 다른 방향으로 가야했었던 일을 알까?
비슷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을 때 다른 사람이었다는 사실에 실망에 가득찬 내 얼굴의 모습을 알까?
제발 한번만 나에게 스치듯이 말한번 건네오기를 바랬는지 그 사람은 알까?
담에 한번쯤 찾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난 주저없이 당신이라고 말을 할 것이라는 것을 그 사람은 알까?
인연은 중요하다고. 만날 사람은 언젠가는 만날 것이라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 나라는 것을. 그러나 당신만은 내가 인연을 만들고 싶었다는 사실을 그 사람은 알까?


온통 아무 것도 없다.
이제 그녀는 바람이 되었다.
어둠이 되었고 별이 되었다.
담 세상에서 혹시 만날 일이 있다면 꼭 물어봐야 겠다.
저기요.. 있잖아요.... 혹시 저를 기억하시겠어요..
그리고 나만 맡을 수 있는 향을 당신에게 살짝 뿌려 놓아야 겠다. 어디서든 당신이 보고 싶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그런 날이 온다면 달려갈 수 있게...



#5  우린 그날 그 일이 생기면 그곳에 모이기로 암중에 약속을 했었다. 그 날이 되었고 그 일이 생겼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곳으로 갔다.
꽤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나는 늦게 도착했는데 사람들은 내가 나타난 것이 신기하다는 듯 보았다. 일종의 오지 말아야 할 사람, 아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람이 왔다는 그런 분위기.
나는 주위를 둘러보기도 전에 그녀가 눈에  팍 들어왔다. ㅋㅋ 웃음이 나는 것을 속으로 잠깐 숨기고. 역쉬~~~ 그녀는 와 있었고 그곳에서도 웃음이 가득 가득한 모습이었다.


오늘은 그녀에게 용기를 내서 저기요 저도 잠깐 같이 이야기 할 수 있을까. 한명의 사람이 더 있었지만. 흔쾌히 그녀는 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서둘러 일을 마칠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기다리기가 약간은 지루했는지 내가 지금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데 왜 서두르지 않냐고 가볍게 어필을 했다. 나는 죄송하다고 이야기를 했고 서둘러 일을 마치고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엘리베이트에서 세사람이 나란히 섰다. 나는 뭔가를 이야기해야 하는데, 저기요 혹시 저 모르시겠어요. 물었다. 이내 나를 돌아보더니 모르겠는데요. 저기 지나가다가도 저 한번 본적없어요. 매정하게 그녀는 본적이 없다고 했다. 오히려 그녀는 왜 이 남자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할까? 궁금했을꺼다.


나는 정말이지 실망을 했다. 적어도 한번은 보았을 건데 전혀 기억을 못하고 있었다. 이상하다. 보통 다른 사람들은 내가 참 특이한 사람이라서 기억을 잘한다. 내가 기억을 못할지언정.


조용한 곳으로 가서 2차 준비에 대해 이것 저것 물었다. 주로 내가 묻고 그녀가 답을 하는 형식이었다. 나는 한번더 저는 많이 봤는데요... 늦게 다니시는거..
아뿔싸 이 말은 그녀를 게으른 사람으로 봤다는 것으로 오해할텐데.. 그녀가 기분 나빠 할텐데..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침묵이 흐르고 더 이상 할 말이 없으면 나가죠. 나는 아무 말 없이 그곳을 나오고 인사를 거듭하면서 헤어졌다. 


그 이후에 두번을 더 만났다. 그 이후로 다시 볼 수 없었다. 아마도 그녀는 또 어딘가에서  환하게 웃으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있겠지...


다음에 단 둘이 혹시 만날 일이 있다면.. 꼭 한번더 물어봐야 겠다.
정말 본 적이 없나요....


#1 얼굴이 까만 그녀는 나보다 항상 조금 늦게 온다 오래전부터 그곳에 그녀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만 내가 그녀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5월의 어느 날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고 그냥 스쳐지나가는 나의 눈길에 그녀가 포착되기 시작한 것일 뿐이었다. 항상 늦게 와서는 고개를 삐쭉삐쭉 내밀면서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 거리면자기가 앉을 곳을 물색한다. 그러다가 아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손을 흔들어 반갑게 웃는다.


그녀는 항상 웃는다. 얼굴에 웃음끼가 가득하다.
피부가 까만 그녀는 안경을 쓸때도 있고 벗을 때도 있다. 솔직히 안경을 하지 않는 모습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자리에 앉아 있는 동안에도 늘 부산하움직이는데, 그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손톱을 무지하게 물어 뜯는다. 저러다가 손가락까지 뜯어 먹어 버릴 것 같다.


참 아는 사람도 많다. 조금이라도 안면이 있는 사람하고는 인사를 다 하고 인사 다 받아주는 것 같다. 아무튼 참 재미있는 사람이고, 정이 가는 사람이다.
 

* #1을 사실 처음에 올려야 할 내용을 마지막이 되어서야 올렸다.  처음 시작할때는 시리즈로 기획하지는 않았지만 나의 삶속에서 사람냄새가 차곡차곡 쌓여가면서 이야기가 길어졌다.
 내겐너무 이쁜 그녀는 5편의 글로 마무리를 하고자 한다. 더 이상 쓸 수 없는 상황이 와 버렸기 때문이다.


2006. 노량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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