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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Feb 28. 2018

이젠 고향집에는 무엇이.

찾아갈 의미와 장소는 어디에

모든것이 그대로였다. 넓은 마당에는 이맘때쯤 늘 그렇듯 여러가지 나무들은 겨울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쪽 창고옆에는 당연히 은색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축담에는 빨래 건조대만 덩그러니 있었지만 밥먹으러 오던 고양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굳게 닫힌 철문을 여니 차가운 바람이 몰려왔다. 어떤 온기도 남아있지 않은 순전히 사람의 체온을 만난 적이 없는 자연의 바람이였다.


거실에는 전기장판과 이불이 깔려 있었다. 거실에 발을 딛는 순간 찬기가 쑥 올라왔다. 여기저기 방문을 열어 보니 몇달전 모습 그대로 였다. 방한켠에 티비와 컴퓨터 옷걸이가 나란히 있었고 그아래로 한명이 누우면 적당한 이불이 깔려있었다. 부엌은 여전히 어두컴컴했고 차가웠다. 지금 우리 가족이 느끼는 감정들이 고스란히 부엌에서 느낄수 있었다. 


집뒤쪽 수돗가는 얼지 말라고 물이 졸졸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 옆으로 갓 따놓은 듯 대봉감이 노란 박스에  두상자나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아주 예전에 살던 집에는 뒷뜰에 큰 감나무가 있어 가을이면 대나무 장대로 감을 따서 먹곤 했습니다. 새로 이사한 이후 여러 나무들을 심었는데 감나무는 없었습니다. 그러다 몇해전 대봉감나무를 구해다 심었는데 벌써 자라서 홍시가 많이 매달렸습니다. 감을 다 따고 하나는 까치밥으로 큰 것을 남겨두었는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습니다.


축사엔 1년을 먹일 짚풀이 쌓여있었고 또 소들이 겨울을 따뜻하게 날수 있도록 톱밥이 가득 쌓여 있었다. 소들은 칸칸히  쾌적한 환경속에서 살고 있었고 그들의 털에서 똥 하나 없이 윤기가 흘렀다. 리어카는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몇일째 치우지 못한 소똥이 여기저기 굴러다녔다. 따뜻한 해가 오후 늦게까지 축사를 비추고 있었고 갓 태어난 송아지는 엄마 곁을 떠날 줄 몰랐다. 아버지는  여름내내 소등에 붙은 파리를 잡느라 쉬지도 못하고 겨울에는 소들이 추울까봐 단속하느라 쉬지도 못하고 밤이고 낮이고 축사를 다니셨다. 당신의 몸과 식사보다 소들을 더 알뜰살뜰 살피셨다. 고생스러워 보였지만 그건 아버지의 유일한 낙이셨다.


축사 창고 뒷쪽에 있는 닭들은 벌써 커서 많은 알들을 낳고 있었다. 티비에서 떠들던 계란하고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닭들은 때가 되면 알을 낳고 삼계탕의 재료가 되어주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닭들이 떨어지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병아리를 사다가 키우셨다. 계란을 한개한개 모아놓으면 자식들은 보자기에 싸서 가져가곤 했다.


작년 이맘때쯤 어머니를 묻고 돌아온 집에는 그래도 아버지가 거실에 거대한 산처럼 계셔서 마음 한켠이 덜 허전했는데 이젠 아무도 안 계시니 허전함조차 갈 곳이 없었다. 마음속으로 그려야 비로소 흐릿흐릿하게 보이는 부모님의 모습에 차가운 공기만이 들락날락거리며 마음까지도 얼어붙게 만들었다.


어디선가 불쑥 문열고 와서 축사에 다녀왔다 라고 말할 것만 같은데, 밤이 깊어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젠 온기조차 없는 이 집을 내가 찾아올 이유가 또 하나 사라졌다.


20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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