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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Dec 16. 2017

아침밥

일상의 변화에 대한 바램

#1


어제 오늘 유난히 일찍 눈이 떠지는 하루입니다. 이제 결과를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무엇이라도 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내가 할일을 결정하고 이제 그 일에 대해 준비를 하려고 하니 이상하리 만치 눈이 팍팍 떠져요.(이 글을 쓰는 순간 작심삼일 고사성어가 갑자기 불현듯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ㅋㅋ)
 
오늘은 7시30분쯤 일어나서 이불속에서 즐거운 상상을 하다 이불속에 있는 것이 더 힘들어 그냥 박차고 일어나서 학교로 왔습니다. 추운데, 겨울은 추워야 제 맛이라고 하는데, 올 겨울 저에게는 유난히 따스한 것 같습니다.


오늘도 학교 올라오는 발걸음이 정말이지 가볍고, 공기도 적당히 머리를 맑게 하고 정신을 깨이게 할 정도로 신선했으니까요. 몇년만에 후문 예전 다리를 건넜습니다. 새로운 다리가 생겨 모두들 새로운 다리로 다니는데, 헌다리는 얼마나 슬펐을까요. 모두들 좋은 다리만 찾으니까.. 그래서 저는 오늘 헌다리를 한번 건너기로 했죠. 사람 두명 서는 딱 맞는 다리, 학부 시절을 그 다리 사이로 무수히 많은 추억을 남겼던 다리, 그 다리 밑으로 갑자기 이상한 오리들이 내 발걸음 소리에 놀라 마구 날라다니기 시작하더라구요.간만에 새무리를 보니 저도 조금 반가웠죠.(새들은 놀랐겠죠)
 
학교와서 정말이지 오랜만에 중앙식당에서 "아침밥"을 먹었습니다. 사실 아침밥보다 옆에 있는 누룽지탕(?)이 더 속을 편안하게 해주었죠. 누룽지탕이 오히려 온몸을 구석구석 데워주는 것이 기분이 한결좋아지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열람실에 앉았습니다. 예전에 늘 일상적인 일이었던 컴퓨터를 켜고 팬소리가 돌아가고, 스팀소리가 칙~~~나고, 내 자리 전기포트에서는 물끊는 소리가 나고, 그리고 차잎이 물에 스며드는 소리, 모두 모두 오랜만에 들어보는 정겨운 소리입니다. 열람실 가득 차향기로 가득가득해요. 이제 책넘기는 소리만 나면 완벽한데, 영~~~ 자신이 없네요.
 
열람실에서 오늘 기분 좋은 상상을 해봅니다. 내년에는 아침밥을 먹고 양복을 입고 출근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2

어제 목간통을 갔다와서 몸과 마음을 정갈이 하고 올해의 마지막을 보낼 준비를 했으나 아침에 왜그리 몸이 무겁던지. 조금만 더 자자는 외침에 그만 항복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조금 늦게나마 정신차리고 학교로 올라오는길에 오늘은 머리속을 비우고 학교로 올라오는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겼습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그동안 듣지 못했던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발길에 부딪치는 돌굴러가는 소리,

새지저기는 소리,

바람에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

바람이 우는 소리,

내 심장소리,

그중에서 새지저기는 소리는 두 마리의 새가 동시에 지저기는 것이 아니라 번갈아 가면서 때론 길게 때론 짧게 지저기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인간이 들을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사랑의 암호 같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둘만이 가지고 있는 암호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주위 사람들은 눈치 채지 못하는 즐거움.
 
오늘 아침은 떡국이 나왔습니다. 남들보다 하루 일찍 한살 더 먹었습니다. 오늘도 누룽지탕이 더 맛있던데요.
 
 지난 3년간 너무나도 무언가에 쫒기듯 살아온 것 같습니다. 부모님한테 미안해서, 나를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한테 미안해서, 그래서 마음껏 여행한번 가지 못했고 마음껏 영화도 보지 못했고, 좋은 곳이 있고 가고싶은 곳이 있어도 가지 못했습니다.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에 더욱더 슬펐습니다. 채울수 없는 3년의 시간이 허송세월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나에게 또다른 배움의 기회들을 너무도 많이 빼앗아 가버렸으니까 썩 유쾌한 시간들만은 아니었습니다.
 
또다시 한해가 가고 있습니다. 30에는 무언가 이루고 또다른 무언가를 하고 있을 것이라 상상했지만 무언가를 이루지도 못하고 또 이렇게 시간이 속절없이 지나갑니다. 내년에는 쫒기는 것이 없는 그런 고요한 바다 태평양 같은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주위를 돌아볼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아픔을 보듬어 줄 수 있는 그런 해가 되었으면 하는 나의 간절한 바람입니다.


-2005년 겨울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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