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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Sep 24. 2017

그때 그곳을 가다

창문 너머의 추억

갈까 말까 계속 망설였다. 나의 20대의 추억이 몽땅 서려있는 곳.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그곳은 나에게 남아있고 언제라도 가고 싶은 곳이고 가야만 하는 운명적인 곳.


목적을 그곳으로 잡은 것은 아니다. 다른 볼일이 있어 갔다가 한번 들러보았다. 밤이 었다. 비는 계속 뿌려대고 있었다. 나지막히 친구에게 그곳에 가고 싶다고 했고 친구는 말없이 그곳으로 차를 몰았다.


커피한잔 하자. ㅋㅋ
마음에 짠하면서 설레인다. 입구를 지나 익숙하게 우회전을 두번하고 좌회전을 하면 나오는 곳. 그곳은 여전했지만 여백의 여유는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러나 나무들만은 더욱더 푸르름이 더해가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것은 없었고, 그곳에는 그 옛날처럼 불이 켜져 있었다. 다른 곳은 꺼져있었어도 그곳만은 누군가가 새벽까지 그곳을 지켰던 곳이 아니던가..
나도 그렇고 그 누군가도 그렇고. 또다른 누군가도 그렇고...


익숙한 곳에서 커피를 먹기로 했다. 그곳은 내가 그리고 내 친구들이 나를 찾아오면 자주 커피를 뽑아 마시던 곳이었다. 그런데 커피자판기가 돈을 먹었다. 아쉬워야 하는데 커피자판기 보다 그곳에 자꾸 눈길이 갔다.


안을 한번 들여다보고 싶었다. 함부로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곳이지 않는가. 예전에 이곳에서 주인장 노릇을 했지만 이젠 나를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기에 나는 그냥 이방인 불청객 손님 이상한 사람 뿐일 것이다. 어떤 모습일까? 내가 기억하는 모습 그대로 일까? 아닐까?


불빛이 왠지 쓸쓸해 보이고, 을씨년스러워 보였다. 누군가는 그곳에서 나처럼 꿈을 키우고 희망을 가진 사람이 지내는 곳일텐데 내 마음에 비친 모습만이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한참을 서성이다가 그냥 그곳을 빠져나와 다른 곳으로 갔다.


이제 언제 다시 이곳을 올지 모르겠다. 찬바람이 불면, 옷깃을 여미는 시절이 되면, 낙엽이 뒹구는 시절이 와야만 올 수 있을 것 같다. 그때도 그곳이 목적이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
그리고 그곳에서 또 커피한잔 할래.. 그러면 나는 또 서성거리기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그때도 이곳은 불이 켜져있을까?꺼져있을까? 그런데 그건 별상관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추억은 그런 것과는 별개이기 때문일것이다



20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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