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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Sep 09. 2017

추억속 나를  기억한 사람을 만나다

어떤 누구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돌이켜 보면 시간이라는 것은 참 매정하게 빨리도 간다. 추운 겨울의 쓸쓸함을 채 털어버리도 전에 벌써 무더위가 기을 부린다. 저녁을 먹고 난 초저녁 잠깐 눈을 부치고 길을 나섰다. 비몽사몽 속에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아스팔트 위열기는 한층더 기승을 부린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제 외롭다 못해 환청까지 들리나, 아님 나 아닌 다른 동명이인을 부르는거 겠지 라며 서둘러 가던 길을 재촉했다. 그런데 발걸을을 채 몇걸음 더 옮기기전에 얼굴을 빼꼼히 내 얼굴 앞으로 내비치는 젊은 아가씨가 뭐라고 이야기를 한다. 솔직히 처음엔 이 많은 사람들 중에 하필 나를 호객행위를 하는거야 라며 속으말했다. 예전에 길을 가다보면 도를 아십니까? 그것을 순간 떠올렸다.


그런데 자세하고도 또렷히 나의 귀를 통해서 들어와 나의 대뇌를 때리는 소리, 아가씨왈“저 혹시 조** 선생님 아니세요” 라고 하는 것이다. 순간 거짓말을 해야 할지, 아님 사실대이야기해야 할지 수천번이 오갔지만 어떨결에 모기왈 “맞는데 누구세요”
아가씨왈 “저 S여고 학생인데요. 제자였었는데..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선생님께서 저희부담임이셨는데요. 기억 못하시겠어요”
 
순간 부끄러움이 막 밀려오는데 시선을 어디둘지 몰라 어쩔 줄 몰랐다. 제자는 그런 나의 마음을 모르는지 자꾸만 자꾸만 아는 척을 해댄다.
수많은 사람들이 물론 나를 아는 사람은 없겠지만 오가는 길 가운데에서 말이다. 나보다 키도 큰 아가씨가 주위사람들이 언뜻보면 뭔가 보채는 듯한 행동을 하면서 말이다.


제자왈 “ 저 **대 다니는데요. 저는 **하러 왔는데 선생님은 여기 어떤 일이 세요”
모기왈 “ 나 **하러 왔어. 그런데 이 많은 사람 중에 어떻게 난 줄 알았어”
제자왈 “ 저 선생님이 한눈에 보이시던데 선생님은 저 못 알아보시겠어요. 우리가 선생님 스승의 날에 옷도 사드렸었는데..”
모기왈 “ 아직도 간직하고 있어”
제자는 자꾸만 괴롭힌다. 자기를 못알아봐 주는 선생님이 못내 원망스러운 듯 말이다.
 
솔직히 나는 모르겠다. 교복을 입을 때랑 또 달라 보이고, 화장을 엷게 한 것도 그렇고 정말이지 기억이 안난다. 옆에 누군가가 있어 전화번호만 교환하고 서둘러 제자를 보내고 나는 나의 길을 재촉했다.
 
가만히 가만히 생각해봤다. 누굴까? 그래 기억이 났다. 택견을 동아리로 했고 통통한 학생이랑 단짝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세월이 변했고,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런데 변하지 않은 것은 과거에 내가 한 일들, 행동들, 말들인 것같다.
 
누군가가 나를 기억해준다는 것은 정말이지 행복하다. 우리들은 각자 과연 어떤 누구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을까?


2006년 8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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