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내가 아는 두 사람의 생일이 똑같은 날이라는 것이 신기하다. 더 신기한 것은 그 두 사람은 같은 도시에 산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두사람은 똑같이 나의 생일 축하를 받지 못한 것이다.
내가 그 두 사람을 아는 것도 신기한 것인가?
이것 빼고는 둘은 공통점이 하나도 없다. 한 사람은 여자고 한 사람은 남자다. 고향도 다르고 출신학교도 다르고 직장도 다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본다. 어쩌면 그 두 사람은 우연히 한번쯤은 만났을꺼라는.. 길을 걷다가 음 괜찮은 남자구만.. 아님 음 저 여자 정말 이쁜데 라고 눈이 마주쳤을 수도 있겠다. 우연히 같은 밥집에서 밥을 먹었을 수도 있고, 더 우연히 같은 메뉴를 먹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같은 술집에서 술을 마신 적도 있을 수도 있고, 같은 영화관에서 같은 영화를 먹었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더 극적으로 같은 나이트에서 바로 옆에서 춤을 추었을 수도 있겠고 작업을 걸어봤을 수도 있겠다.
어쩌면 그 놈이 일하는 곳에서 물건을 고르는 것을 도와줬을 수도 있고, 물건이 맘에 안든다고 항의하는 통에 그 놈이 사과했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서로를 몰랐을 때는 넘어 갔지만 내가 동시에 이 두 사람을 만났을 때, 그 두 사람은 잠깐의 인연으로 동시에 저 이 사람 어떻게 알아요..라고 믿어지지 않은 표정으로 나에게 물어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가끔씩 우연을 가장한 필연을 만들고 싶다. 나의 완벽한 계획하에 우연을 가장해서 상대로 하여금 아주 아주 신기한 인연을 만난 것처럼 속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는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뿌리 깊은 나무처럼, 샘이 깊은 물처럼.
그러나 홀로서기하는 데는 우연은 없다. 다만 나의 노력과 땀만이 홀로서는 정도를 결정해 줄 뿐이다 라는 것을 나는 너무도 잘안다.
200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