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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Nov 17. 2017

자스민 꽃이 피어습니다

삶의 꽃이 필까

그 길 모퉁이에는 조그마한 가건물로 된 꽃집이 있다. 나는 그 꽃집을 지날때마다 눈여겨 그 꽃집을 들여다 보았다. 꼭 뭔가를 노리는 사람처럼. 그 꽃집에 아가씨가 이뻐서 보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 꽃집에 아가씨는 솔직히 말하면 조금은 무뚜뚝한 편이라 썩 정감이 가지는 않습니다.


그런데도 내가 유심히 그 꽃집을 살피는 이유는 유난히 잎이 큰 식물이 너무나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그냥 물만 주면 엄청 잘 자랄 것 같아서 친구삼아서 키울 식물이 없을까 하던 차에 눈에 띈 것이다. 나란히 진열되어  있는 두 개의 똑같은 그 화분은 늘 맨 앞줄에 있었다. 그리고 자기를 꼭 사달라고 하는 것 처럼 말을 저에게 걸어 오는 것 같았습니다.
 
결국 나는 그 꽃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조금은 묵뚝뚝한 꽃집 아가씨에게 용기를 내서 저 꽃 얼마예요 라고 물었다. 만원이예요. 네~~~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얼른 빠져 나왔다.
 
그리고 몇일뒤 드디어 큰맘 먹고 그 꽃집에 들러 꽃을 사려고 하는데 항상 진열된 상태로 있던 꽃이 사라졌다. 주인한테 이러쿵 저러쿵 그 꽃을 설명했는데  잘 못알아 듣는 것이었다. 약간의 실망을 하려고 하는 찰라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모기왈 반가워 이 꽃이예요. 얼마예요.
주인왈 “아~~ 총각 그 꽃 자스민꽃이야”
모기왈 “네~~~~ 알겠어요”
주인왈 “ 그 꽃 2만원인데 내가 깎아서 만오천원 해줄게”
엥~~~ 이게 무슨 소리인가?
나는 얼른 저번에 이거 만원이라고 그러던데요. 하니
주인왈 “ 그럼 만원만 주고 가져가”
나는 두 개의 화분중에 고르고 골라서 하나를 선택했다. 

아줌마는 자스민 꽃을 든 나에게 그 꽃 참 이쁘게 핀다. 잘 키워.
모기왈 “주인 아주머니 이거 얼마나 자주 물줘야 해요”..
주인왈 “최소한 이틀에 한번은 줘야 한다”.
 
네~~~~라고 대답하고 집으로 오는데 참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 도대체 저 꽃 하나 팔아서 얼마나 남겨 먹는다는 거야?
참 장사꾼은 믿을 사람들이 못돼.
그리고 겉으로 보기에 전혀 꽃이 필것 같지 않은. 꽃이 핀다니.
팔아 먹을려고 거짓말까지 하네.
속으로 그런 투덜거리면서 집으로 왔다.  
 
사실 주인 아줌마의 말을 믿고 싶었지만 믿지 않았다. 그게 속편한 것이 요즘의 내 심정이다. 아무도 믿지 않아 상처를 입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스민은 내 방에서 가습기 역할을 하면서 쑥쑥 줄기를 뻗어 가면서  잘 크더니 어느 순간부터 잎이 마르기 시작했고 시들시들해지기 시작했다. 매일 매일 물을 주고 관심을 쏟는데도 불구하고 갈수록 잎은 말라서 떨어지고, 줄기까지도 말라가기 시작했다. 나의 과잉보호인가? 혹시 햇빛 부족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눈물을 머금고 옥상위에 올려다 놓고 물을 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것일까? 옥상에 올려 놓은 뒤로 물주러 가기 귀찮아서 계속 잊어버리고 생각날때마다 한번씩 물을 주니 마르기 시작한 잎은 갈수록 상태가 악화되었다. 그러던 찰라에 장마가 계속되어서 물줄 일이 없어서 그냥 두었다. 처음 사올때 그 애지중지 하던 맘이 어디로 사라지.ㅋㅋ
 

한참이 지났을까 장마가 잠시 멈춘 사이에 물을 주기 위해 옥상에 올라가니 자스민은 잎이 무성히 자라나 있었고 그 속으로 꽃이 한줄기 피어있었다. 꼭 나팔꽃처럼 그리고 우유빛을 한 자스민꽃이 피어있었다. 나는 매일매일 그꽃이 활짝 피기를 기다리면서 열심히 물을 듬뿍듬뿍 주기 시작했다. 드디어 꽃이 활짝 피던 날 나는 나의 절우가 사준 디카로 그 자스민꽃을 찍기 시작했다. 나중에 감당이 안될만큼 꽃이 많이 폈다. 주인 아줌마의 말을 믿지 않았는데 진짜로 꽃이 폈다.


믿지 않았던 일이 일어났다. 그럼 내 인생에도 꽃이 필까?


2006년 7월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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