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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Aug 03. 2018

시간이 해결해 줄까?

부모라는 존재

시간이 약이다. 시간이 해결해 준다. 이런 말들로 나에게 닥친 일들에 대해 누군가가 위로한다. 그러나 정작 본인에게 닥친 일들에 대해 누군가가그런 말을 한다면  형식적인 위로의 멘트임을 안다. 진심이라고 할지라도. 그것보다 더 좋은 말이 없다는 것을 알지라도.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것은 결코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시간의 층위에 다른 어떤 것들이 켜켜히 쌓여 무뎌질 뿐이다. 어떤 상황이 나에게 와서 그것이 불현듯 떠올려지는 일은 무수히도 많다. 마치 단단한 지각인 것처럼 보이지만 지표면의 약한 부분을 언제든지 뚫고나오는 화산과도 같은 것이다. 사람에게는 무심코 들려오는 노래를 통해서 드라마를 통해서 감정이입이 되는 경우이다.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것은 결코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다. 다만 기억의 망각 저편으로 가 있음으로 해결되었다는 착각일 뿐이다. 기억이란 아무때나 시도 때도 없이 문득문득 무방비 상태로 머리로 마음으로 찾아와 아무 것도 못하게  한다. 슬픔 앞에 속수무책인 것이며 덜 아플때까지 견디는 것이다.


그래서  그냥 살아지는 것이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슬픔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말이다.

기억은 저 돌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느낌일께다


고백부부의 장나라 엄마가 했던 말 '부모없인 살아도 자식없인  못산다' 했다. 어른의 말이니 나보다 인생 경험을 많이 했으니 맞는 말이겠지. 그러나 그게  잘 안된다는 장나라의 말이 더 깊게 와 닿는다.


아침 9시에 하는 라디오 방송에서 책읽어 주는 코너가 나왔다. 어느 시인이 글을 배우고 싶었지만 상황이 안되서 배우지 못한 할머니들에게  한글공부를 하면서 시를 짓게 하고 엮은 책을 소개해 주었다. 그 중에 한편을 골라 읽어주는데 내용은 대충 이렇다. '한글을 몰라 설움을 겪었던 지난 날을 돌이켜 보며 우리 엄마가 살아 있었다면 자신을 무시하고 깔보는 사람들을 가만두지 않을낀데 ' 라는 시다. 할머니가 할머니 어머니가 자신을 보호해주고 지켜준다는 어리광 같은 시, 그 사연을 들은 시청자들이 우는 사연을 보냈다.


후회와 반성의 생각들이 겆잡을 수 없을만큼 몰려들었다. 그리고 또 밀려갔다. 얼만큼 밀어낸 것인지 잘모르겠다. 당장 몇분 뒤에  밀려 올 수도 있고 몇십년 뒤에 몰려 올 수도 있겠다. 그런데 빨리 오는 것과 늦게 오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좋은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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