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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Aug 01. 2018

숲에서 즐김

괴산 청안 벚꽃나무 아래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의 열기가 가득한 곳에 에어컨 소리와 서쿨레이터 돌아가는소리만 하루종일 들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세상은 눈부신 태양이  온세상을 말려 죽일듯 아침부터 해맑게 떠 있다.

조금이라도 열기를 내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아내는 거실의 커튼을 쳤고 그 덕에 눈으로는 낮과 밤의 구별조차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 무더운 여름은 시선의 혼란을 가져왔고 에어컨은 체온의 혼란함을 가져왔다.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그냥 있을 수도 없는 고민은 태양이 지구 반대편으로 넘어가도 계속되었다.

숲으로 가자.

인간은 가까운 숲은 자신의 삶의 터전을 위해 밀어내면서 또 숲이 주는 무한 즐거움을 즐기러 먼 길 떠나는 우스운 존재다. 정호승 시인은 누구나 나만의 바닷가를 가져아 한다했다. 그건 누구나 나만의 숲을 가져야 함으로 해석해도 될것 같다. 그 무엇이든 나만의 무엇을 갖는다는 것은 세상 힘든 일이 있을 때 위로가 되어 줄 것이다. 나만의 그 무엇이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이면 좋겠고 나의 휴식을 방해받지 않은 곳이면더 좋겠다.


그런 곳을 한군데 찾았다. 그곳은 괴산 청안이다. 괴산 청안면 한운사기념관앞에 문방천이라는 작은 냇가가 흐른다. 냇가를 따라 길게 둑방길이 있고 둑방에는 벚꽃나무들이 1km 정도 심어져 있다. 20년 이상 되는 나무들은 제법 많이 자라 그속으로 들어가면 하늘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

가족들과 무더운 여름 이곳을 찾았다. 돗자리와 준비한 음식들, 시간을 보내줄 책들까지 챙겨 숲을 걸었다. 길 가운데 쯤 아무대나 돗자리를 깔았다. 원래는 길 밖에 자리를  잡아야 하나 지나가는 사람들이  없어 대충 자리를  잡았다. 다만 원래 이곳에 살던 동물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리고 유일하게 우리 옆을 지나가며 우리를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신 할머니에게도.

준비해 도시락을 먹고 각자 준비해온 하고 싶은 것들을 즐겼다. 음악을 듣는 아내, 책을 읽고 웃는 아들, 책읽어 달라는 딸, 책읽어주는 부모, 퀵보드 경주하는 부자와 모녀, 책읽는 나 모두 때론 같이 때론 따로 자기들만의 즐김의 시간을 가졌다.

햇빛이 쉽게 바닥까지 내려오지 못했고 겨우 몇줄기 햇살만 내려올 뿐이였다. 마치 조명을 비추는 것처럼. 막힘없이 뚤린 들판위로 부는 바람은 산과 나무와 흙을 만나 시원했다. 도시가 주는 뜨거운 바람과는 확연히 달랐다. 숲밖은 여전히 뜨거웠고 열기는 더해갔지만 우리들은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을 짜증없이 더위에 방해받지 않고 즐겼다.


나는 문득 벌러덩 누웠다. 파란 하늘에 붙은 나뭇잎이 달랑거리고 있었다. 나뭇잎에 가려진 하늘은 하늘색이 하늘색인지 초록색인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 햇살의 눈부심은 햇살아래 조명이 될 뿐이였다.나는  예전에 읽었던 '끌림'이라는 책을 집어들었다. 하얀색 겉표지와 초록 나뭇잎 그리고 파란 하늘과하얀 구름이 쌓였다. 책속에는 이야기들이 원색의 진한 사진과 회색의 흑백사진들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스르륵 감기는 눈.

한참을 아니면 잠깐 졸았을까 이런 여유로움 이런 경험 참 오랜만에 느껴보고 즐겨본다.


 청안은 시간이 그리 빠르게 흐르지 않은듯 옛 모습들이 많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더욱 정감가는곳이었다. 심지어 향교도 있고 동헌도 있는 유서깊은 동네다. 다음에 아이들이 조금더 커서 역사를 공부할 때 쯤이면 이곳에서의 즐김은 더 커지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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