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Dec 16. 2018

목포 당일치기 여행

뚜벅뚜벅 보물찾아 걷는 즐거움

연희네 슈퍼-다순구미마을-동본원사 별원-코롬빵제과-옛일본영사관-적산가옥-옛동양척식주식회사-목포진공원-장터식당-이훈동정원-1935카페-목포대교-남진야시장

연희네슈퍼 가주세요. 목포역에 내려 코롬빵제과 바게트가 나오기 전에 둘러보기로 정한 곳이다. 우리를 태운 기사님은 거리가 짧아 잘 가지는 않는 곳이다고 하면서도 승차거부는 하지 않으셨다. 그리고는 슈퍼는 영화에 나오면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 볼 것은 없다했다. 그러면서 가는 길에 일본식 건물들이 많이 있는 유달동 골목투어를 권장하셨다. 그 말에는 목포를 제대로 보는 법이 있는데 사람들은 영화에 나온 곳만 찾으니 안타깝다는 의미로 들렸다. 유명한 관광지와 동네 사람들이 보는 관광지의 의미는 다르고, 나는 후자의 방식이 더 맞다는 입장이다. 목포의 진짜 보물들도 다닐꺼예요 라고 속으로 답했다.


언덕길 높은 곳에 있는 줄 알았는데 평지에 있었다. 영화속 배경은 서울이지만 촬영은 이곳에서 했다고 한다.  가게 앞에는 한무리의 여행객들이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안에 있는 물건들은 소품들이였다. 오히려 맞은편 세탁소라는 간판이 있는 곳이 추억의 물건을 파는 가게였다. 나이드신 어르신의 안내로 들어간 가게는 대형세탁기, 재봉틀, 추억의 장난감들이 있었다. 우리는 심심풀이로 옛날 뽑기를 했는데, 모두 꽝이 나왔지만 실망하기는 커녕 재미로 웃어 넘겼다. 아마 그 시절 꼬마였다면 아쉬움에 한번더 기회를 주지않는 주인아저씨를 미워했을 것이고, 에이 왜 이렇게  운이 없냐며 투덜거리면서 집으로 갔을 것이다.


우린 아직 빵나올 시간이 남아서 시화골목을 걷기로 했다. 세개의 골목길로 된 이곳은 벽화와 시화가 있는 달동네였다. 이런 곳에 사는 사람들의 고단함은 우리에게는 추억과 재미가 만나는 곳이 되었고 개발되지 않고 남아있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을 가지게 하는 곳이다. 걷다보니 예전에 한번 읽은 적이 있는 다순구미마을이 이곳이였다.  양지바른마을이란 뜻인데 바다를 향한 산비탈을 따라 마을이 헝성된 곳이다. 바다가 실눈을 뜨는 것처럼 보이는 이곳을 우린 첫째와 셋째 골목을 걸었다. 터를 잡고 계단으로 서로의 삶을 연결하며 의지하고 살았을 이곳은 여전히 낡고 불편함이 가득 보이는 곳이였다. 또한 관광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와서 떠드는 소음과 쓰레기로 인한 갈등이 공존하는 곳이다. 조심스럽게 다녔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약간의 피해는 줬을 것이다.


마을을 내려와  빵집으로 가던 길에 연희슈퍼에서 정면으로 바라본 길이 옛 유곽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저녁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호객행위와 화려했을 불빛은 이제 회색의 흑백으로만 존재했다. 지금은 드문드문 몇채만 남아있었다. 그 길을 따라 걷다가 빵집으로 가는 택시를 탔다.


코롬빵제과를 찾아놓고 동본원사 별원을 갔다. 제과점 바로 옆에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이곳을 옥단이길이라고 이름지어 놓고 투어 코스를 만들었다.  일본 특유의 급경사 지붕을 하고 있었다. 군산 동국사와 같은 이미지의 건물인데 이곳은 몸체가 돌로 되어 있는 것이 달랐다. 굵은 돌을 다듬어 만든 몸체는 겉으로 보아도 엄청 정성을 들인 것이 보였다. 이곳은 교토에 본사를 둔 별원이였다가 교회로 되고  지금은 오거리문화센터로 쓰이고 있었다. 이곳은 5.18민주화운동 대책회의를 했던 곳이며 6월 항쟁이 있었던 민주화의 성지이기도 했다. 아쉽게도 문은 굳게 닫혀 있어 내부는 보지 못했다.


목포의 명물, 군산에는 이성당이 있다면 이곳에는 바게트로 유명한 코롬빵제과가 있다. 10시40분이 빵이 나오는 시간이다.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우리도 서둘러 줄을 섰다. 2층에서 바게트빵과 여러가지 빵을 먹었다. 햄버거, 낙지호롱이 모양의 빵, 크림바게트와 새우바게트빵을 먹었다. 빵을 데워 먹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과 바게트빵이 달다 라는 생각을 했다. 목포의 명물이니 한번쯤 먹는 정도다.


다음에는 본격적으로 근대투어다. 옛 일본영사관이 첫번째 목표다. 길을 걷는 도중에 독립영화관과 카페를 겸하는 곳도 가보고 군데군데 남아있는 일본식 건물을 보면서 걷다보니 빨간색의 영사관이 보였다. 영사관 앞에는 목포소녀상이 있었다. 손을 한번 잡아주었다. 옆에 앉아 잠깐 외롭지 않게 해주었다. 영사관안에는 목포와 관련된 것과 옛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영사관 앞으로 곧게 뻗은 길을 따라 바둑판식으로 구획된 동네가 한눈에 보였다. 식민지 조선에 만든 일본식 도시계획을 보는 일본인은 영원한 식민지를 꿈꿨을 것이다.


영사관을 나와 노적봉미술관을 거쳐 이훈동정원을 갔다가 14시에 개방한다는 정보를 얻었고 그 앞에는 보안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고  적산가옥 카페를 둘러보고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에 들어갔다. 안에는 일제의 침략과 만행을 알리는 사진들이 2층까지 있었고 옛 금고도 있었다.


이제 배고프고 다리도 아파 밥먹으러 장터식당에 갔다. 입소문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우리도 예약하고 주변을 더 둘러보기로 했다. 그러다가 목포진공원을 갔다. 언덕위에 자리잡은 진은 한눈에 목포 앞바다가 보였다. 남해를 돌아 서해로 접어드는 적의 움직임을 볼수 있는 요충지였다. 목포 고하도는 이순신이 머물면서 전열을 정비하였고, 노적봉에 짚을 덮어 식량으로 보이게 했다는 이야기 전해진다.


예약한 차례가 돌아오자 식당에 가서 게살밥을 먹었다, 처음 먹어보는 맛인데 색깔에 비해 맵지는 않았다.


이제 밥도  먹었고 14시가 되어니 이훈동정원을 갔다. 목포에 와서 제일 많은 사람을 보았다. 수많은 나무들이 집주위로 잘 가꾸어져 있었다. 원래 1930년대 일본인이 만든 것을 해방후 이훈동이라는 분이 사서 계속 관리했다고 한다. 원형은 변했지만 일본식 정원의 특징을 잘보여준다고 하기도 하고 백제식으로 변했다고도 하는데 잘모르겠고 정원은 3층으로 잘꾸며져 있었다. 나무들 사이로 몇개의 연못과 탑들과 부도 문인석이 있었다. 일반집에 이런 것들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훈동정원을 나와서 적산가옥 카페로 가려고 했으나 생각했던 것에 비해 별로라 그냥 근처에 있는 1935카페를 갔다. 오래된 건물에 내부 구조가 훤히 다 보이는 곳이였다.

아픈 다리도 쉴겸 다음 목적지도 구상할겸 한참을 앉아서 이야기를 했다.


남진야시장으로 갈일을 정하고 유달동 골목을 걸으며 일본식건물 찾기 놀이하다가 항동시장 근처 바닷가에서 일몰을 보기 위해 급히 목포대교가 잘 보이는 유달유원지를 갔다. 수평선 아래로 떨어지는 해를 볼수는 없었고 섬너머로 석양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과 어둠이 짙어짐에 따라 변하는 목포대교의 야경을 즐겼다.


이제 남진야시장으로 갔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저녁도 해결할 겸 이것저것 사서 테이블에서 밥을 먹었다. 문화공연이 있다며 우리를 반기는 젊은 사회자 덕분에 졸지에 주인공이 되었다.


당일치기 목포를 하기에는 목포는 너무 컸다.


군산에는 방공호가 여럿 있다. 연희네슈퍼 뒷쪽과 옛일본영사관 뒤에 있다. 한번 들어가 보시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한여름 경주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