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재 신채호를 만나러 가는 길 - 네 번째 이야기

백두산 천지의 맨 얼굴을 본 기적

백두산 천지를 보러 가는데, 과연 천지가 우리들에게 자신의 맨얼굴을 그대로 드러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했다. 높은 곳인 만큼 그 변화는 수시로 일어난다고 하니, 가이드의 표현대로 백번 가면 두 번 천지를 본다고 해서 백두산이라 한다니 백두산 천지를 볼 수 있다면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매번 여기를 올 수도 없는 형편이기 때문에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언제 다시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백두산 가는 길도 어제 집안으로 오는 것만큼 험한 길이었다. 그러나 맑게 개인 하늘이 우리나라 가을 하늘처럼 파랗고 하얀 구름들이 뭉게뭉게 떠다니는 모습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땅에는 울창한 숲들이 끊임없이 이어져 있어 우리나라 최대의 삼림지대라는 것이 실감 났다.

백두산 천지를 보는 방법은 일단 백두산 탐방센터에 주차를 하고 표를 끊고 버스로 2차 탐방센터로 가야 했다. 그리고 다시 장백폭포와 천지를 향하는 버스를 선택해서 관람을 하는 것이다. 백두산 탐방센터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흡사 놀이공원에 줄 서서 기다리는 느낌이었다. 2차 탐방센터에도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천지방향은 언제 버스를 탈지 기약할 수가 없다고 장백폭포를 먼저 갔다.

장백폭포

장백폭포 주차장에서 본 백두산의 풍경은 처음 보는 화산지형이라 신기하게 다가왔다. U자형 모양의 이곳에는 시원한 물줄기와 함께 땅에서 온천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유황냄새가 코를 찔렀다. 경치 구경을 하느라 정신없을 때 눈앞에 거대한 폭포가 눈앞에 나타났다. 예전에는 장백폭포 옆으로 등산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빈번한 산사태로 인해 폐쇄되었다고 한다. 폭포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옷을 준비해서 비 맞을 일은 없었지만 문제는 천지를 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다시 천지행 버스를 탈 수 있는 곳으로 오니 줄 서는 사람이 없어서 바로 차를 탔다. 그런데 봉고차처럼 생긴 차는 우리를 태우고 천지를 향해 가는데 구불구불한 좁은 길을 사정없이 몰았다. 온몸이 좌우로 흔들리는 것이 몸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었다. 몸은 흔들렸지만 눈 앞뒤로 나타나는 풍경은 감탄을 만들어냈다.

백두산 천지


천지에 도착했지만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안개구름으로 천지의 속살은 볼 수가 없었다. 분명 반대편으로는 햇살이 침엽수림지대를 비추면서 그들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데 천지는 볼 수 없었다. 비와 추위는 우리를 힘들게 했지만 천지를 꼭 보고 말겠다는 우리의 의지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런데 천지는 먼 곳에서 온 손님들, 특히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따라 온 사람들의 굳건한 의지를 시험해 보고 통과가 되면 보여주겠다고 다짐한 것처럼 한참을 기다린 우리에게 자신의 모습을 잠깐 보여주었다. 눈앞에 나타난 짙은 옥색의 천지는 사람을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고 감탄사가 저절로 여기저기서 나왔다. 이 느낌, 이 기분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절대 모를 일일 것이다. 그리고 북 바쳐 밀려오는 감정들은 이성적으로 제어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리저리 천지 주변을 왔다 갔다 하며 구경하느라 미친 사람처럼 돌아다녔다.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짝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모습은 마치 숨바꼭질 놀이를 하는 기분이었다.
단재 선생님은 백두산에 와서 천지를 보았을까? 단재는 이곳에 와서 독립의지를 백두산만큼이나 높였을 것이고, 천지보다 더 많은 독립의 의지를 담지 않았을까?

백두산 천지에 나타난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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