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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Nov 02. 2015

임신 그리고 여행 -첫번째 이야기

광양에 도착하다

  결혼하기 전에는 시간이 나면 여행을 다니곤 했습니다. 결혼한 후에는, 정확히 청주로 온 이후로는 학교생활에 치중하다보니 주말에는 쉬기에 바빴습니다. 그런데 임신을 하고 난 이후로는 더욱더 조심스러워서 멀리 여행을 가는 것은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런데 마침 저렴한 가격으로 광양을 여행할 일이 생겼는데, 부인도 따라 나서겠다고 했습니다.충북에서 같이 가는 선생님이 있어 함께가기로 하고 금요일 저녁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학교 일이 끝남과 동시에 학생들을 내팽겨치고 집으로 왔습니다. 아내는 여행에 필요한 짐들을 정성스레 준비를 해놓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늦지 않게 집을 나섰는데, 비까지 와서 먼길나서는데 걱정이 많았습니다. 사실 집을 나설때도 아내는 처음하는 장거리 여행이라 나선다고 했지만 막상 답사를 떠난다니 선뜻 나서기에는 마음에 부담이 많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저도 사실 아직 조심해야 하는 단계라 걱정이 되어 집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지만, 한편으로 혼자두고 가는 것도 그리 내키지는 않았습니다.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우리의 일행이 모였습니다. 우리는 서둘러 출발을 했고, 차안에서는 그동안 지내온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광양을 향했습니다. 여행을 떠나면서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아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편안한 마음으로 아내가 원하는 모든 일들은 다 해준다는 마음었습니다. 평소보다 휴게소에도 자주 쉬면서 쉬엄쉬엄 내려왔고, 저녁을 먹지 못한 우리는 휴게소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었습니.


  광양으로 접어들면서 길치인 제가 가끔 방향을 놓칠때마다 유능한 벗이 있어 아주 간단히 위기들을 해결하면서 숙소를 찾았습니다. 비록 막판에 직진하는 바람에 엉뚱한 방향으로 갔지만 그곳 역시 휴양림과 텐트가 어우러진 멋진 곳이었기에 그리 후회되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는 되돌려 숙소를 찾았고 산속에 포근하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일단 반가운 얼굴들과 간단히 인사를 하고 짐을 풀고 난후 우리는 어울려 새벽을 함께 했습니다. 늦은 시간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잠을 자지 않고 산속에서의 첫날 밤을 지내고 있었습니다. 막걸리 몇잔에 얼굴은 달아 오르고 결국 먼저 잠을 청했습니다. 후덥지근한 방안의 공기가 일단 안심이 되었습니다.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 그런 분위기지만 아내와 저는 혹시 추울까봐 걱정을 하던 터에 더운 기운이 올라 오는 끈적끈적한 느낌이 마냥 싫치는 않았습니다. 다만 더위를 견디지 못하는 아내의 또다른 모순에 걱정이 될 뿐이었습니다.        2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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