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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Nov 03. 2015

임신 그리고 여행 -두 번째 이야기​

매천 황현을 만나다

  밤새 운전과 막걸리 그리고 아침 일찍부터 진행되는 답사 일정이 피곤하기도 합니다. 겨우 선우가 깨워주는 소리에 일어나 짐을 챙겨 버스로 향했습니다. 남부지방에 내린다는 비는 광양에도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빗속을 다니는 답사는 멋이 있고 운치가 있지만 또 다른 불편함 들을 감수해야 하는 날이었습니다.


  숙소와 조금 떨어진 도선국사마을에서 민박을 하는 농가에서 소박한 시골밥상으로 해결한 후 본격적인 답사를 하였습니다. 근현대사에 취약한 제가 올해 자주연수 때 의병을 발표하느라 약간의 공부를 접했고, 이번에 매천을 접하게 된 것은 좋은 기회라 생각했습니다. 이름만 들어본 이 분이 그냥 매력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고 하면 이건 주책인 건가?


  전형적인 시골 농촌에 초가집으로 복원된 매천의 생가는 참으로 소박했습니다. 마루에 앉아 초가지붕을 타고 내리는 빗물은 낙수물이 떨어지는 자리에 짙은 갈색으로 변하고 있었습니다. 매천의 마음도 망해가는 나라를 보며 저 같은 마음이었을까요? 빗속에서 답사 안내하는 이은철 선생님의 흰 머리카락으로 굵은 빗방울이 거세졌습니다. 매천을 향한 그리움과 애정도 빗방울은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하고 매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매천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 빗속을 타고 사람들 속으로 전해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매천 묘소로 가서 매천 묘소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묵념으로 매천에 대한 미안함을 대신했습니다.


  다음으로 매천 순국 100주년 기념전이 열리고 있는 순천대학교박물관으로 이동하고 매천의 손때가 묻은 것들과 매천과 관련되는 것들에 대해 둘러 보았습니다. 박물관을 나서니 비는 엄청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매천 선생님이 몰고 온 비일까요?


  다음으로 매천이 신학문에 관심을 가지고 만든 효양학교와 매천이 은둔 생활을 마치고 현실세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모색했던 매천사 그리고 그 전에 서석리 집을 떠나 일가족을 데리고 은둔의 시절을  보냈던?? 동을 둘러 보았습니다. 한 인물의 일대기를 보여주는 곳을 둘러보면서 그의 행적을 따라 후손들이 그의 마음을 헤아리고, 되새기고자 걷는 하루였습니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청매실 농장을 둘러보고 맛있는 한우인 줄 알고 맛있다고 흐뭇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가 호주산이라는 소리에 약간 놀란 광양불고기를 먹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조금 휴식을 취한 후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가을 전어와 두부김치 그리고 막걸리, 복분자, 안동소주, 맥주 등  다양한 먹거리로 뒤풀이를 하면서 광양에서의 이틀째 밤을 보냈습니다.
빗소리에 솔향이 짙어지는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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