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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Oct 26. 2015

가을 소풍을 떠나다- 두 번째 이야기

문경새재

 사과가 탐스럽게 익어가는 가을의 문턱에 문경새재를 갔습니다. 문경새재를 여러 번 다니면서 문경새재 만큼 걷기 좋은 곳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7-8년 만에 찾아온 문경새재는 이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내가 있는 곳에서 이제 2시간도 채 안 걸리는 곳이라 토요일 오후 일과를 마치고 가더라도 충분히 문경새재에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거리입니다. 문경새재를 가는 길 또한 드라이브 코스로 참 괜찮은 곳입니다. 곳곳이 눈을 즐겁게 해주는 곳입니다.
95년 겨울에 찾았던 문경새재는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 곳입니다. 그날 눈이 펑펑 쏟아졌던 문경새재를 걸으면서 대학생활의 의미를 되돌아 보면서, 그리고 답사의 참맛을 느끼게 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1관문


문경새재 입구에 내려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거대한 제1관문이 나오면 그때부터 문경새재에서의 트래킹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무작정 온 곳이라 아무런 준비도 못하고 그냥 걷기만 했습니다. 시원스러운 계곡물은 여전히 시원스레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문경새재의 길은 한결 더 푹신한 마사토로 잘 다져져 있어 굳이 신발도 필요 없을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신발을 손에 들고 걷는 즐거움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예전의 문경새재는 단순히 걷는 즐거움만 있었는데, 지금은 곳곳에 재미로움 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계곡물을 끌어다가 만든 수로, 폭포는 굳이 계곡을 내려가지 않더라도 새재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목이 말라왔습니다. 배도 고파왔습니다.  다리도 아파왔습니다. 예전의 기억을 되살려 2 관문에서 약수를 먹었던 기억에 서둘러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2 관문에 도착했는데도 약수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리저리 돌아보는데, 문 사이로 약수터가 보였습니다. 2 관문을 통과해야 있었습니다. 서둘러 한 바가지 퍼서 먹었습니다. 그리고 평상에 누워 한숨을 잤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무어라고 하든 세상일을 잊어버리고 잠을 청했습니다.
몸이 으스스 추워 옵니다. 옆에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있었습니다. 배가 고파, 염치 불문하고 조금 달라고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왔다가 참았습니다. 예전 기억에 막걸리를 먹던 집을 찾아가서 컵라면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침에 눈떠 여행지를 정하고 소풍을 가는 것은 앞으로 지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여행의 즐거움보다 굶어 죽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무릎이 아파 문경새재를 다 가보지 못했습니다. 다음에 단풍이 한참 물들 때쯤에 다시 와서 신발 벗고, 양발 벗고 이곳을  걸어야겠습니다.        2008.9.23

2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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