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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Nov 14. 2015

꿈꾸는 평창

목가적 풍경으로

  추석 때 걸린 감기로 인해 계속 기침소리가 끊이질 않지만 그래도 몸이 허락하는 한 나의 여행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우연이 아니라 필연인 것처럼.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평창이다. 특별히 무언가를 목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이번에는 예전부터 꼭 가고 싶었던 월정사를 보고 월정사의 전나무 숲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여행길이 될 것임을 나는 짐작한다. 너무 오래 차를 타면 지겨움이 극에 달하는지라 월정사로 가는 길에 어딘가를 가고 싶었다. 그리해서 정한 곳이 바로 이효석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이효석에 대해서 그리 잘 알지 못한다. 기껏해야 국어시간에 메밀꽃 필 무렵만 눈대중으로 알 뿐이다. 사실 이효석을 만나러 가는 것이지만 나에게 더 중요한 관심사는 메밀꽃 밭이 진짜 소금을 뿌려놓은 듯 한지가 더 궁금했다. 역시 평창은 산이 깊고 계곡이 깊고 산이 푸르렀다. 가는 곳곳에 냇가의 맑은 물이 흘러 넘치고 있었다. 이효석을 만나러 가는 길도 꽤 넓은 냇가를 따라 있었다. 그 냇가를 가로 질로 섶다리가 기다랗게 놓여 있었다. 메밀밭은 이미 한참을 지나 꽃이 다 떨어져 버려 그리 큰 감동은 주지 못했고, 이효석 문학관 역시 문학에 문외한 나에게는 감동으로 다가오지는 못했다. 다만 이효석은 일제시대 꽤 부유한 사람이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 부유했던 사람이 일반민들의 모습을 그리도 잘 써놓은 것은 위선인가? 아님 죄책감인가?


   날씨는 그리 좋지 않지만 그래도 구비구비 평창의 길을 달리는 것은 상쾌하다. 꿈꾸던 오대산 월정사로 향하는 길이 설렌다. 내 마음이 서두른다. 월정사 경내로 들어서는 순간 갑자기 마음이 활짝 열리면서 무릉도원으로 들어서는 느낌.. 아무튼 맑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 복잡하지도 않고 그리 허하지도 않은 딱 그만큼만 있기에 좋은 곳이었다. 탑으로 갔다. 그리고 한바퀴를 둘러 본다. 탑 앞에 있던 공양하는 불상의 모습은 없었지만 신기해서 계속 계속 월정사 탑을 본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월정사 경내에 앉아서 신기하게 월정사를 봐라 봤을 것이다. 딱 그만큼이기에 좋은 곳.
 
  월정사 경내를 나와서 계곡물을 따라 길게 늘어선 전나무 숲길을 걸었다. 팔짝팔짝 뛸 수는 없었지만.. 가슴 깊숙이 공기를 마셔 본다. 하늘 위로 높다랗게 뻗은 전나무들... 그리고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은 쓰러져 있는 나무들..


  서둘러 해가 지기 전에 처음 목적지로 삼았던 곳 양떼 목장으로 향했다. 양떼 목장에는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해져서 많은 사람들이 와있었다. 우리도 옥수수를 하나 물고 목장 가는 길을 재촉했다. 산 능선을 따라 둥그렇게 펼쳐진 목장에는 진짜 양들이 노닐고 있었다. 목장을 한바퀴 둘러볼 수 있게 산책길이 나있었다. 목장을 한바퀴 걷는 기분 또한 좋다. 넓게 펼쳐진 목초지에 양들이 풀을 뜯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구나 라는 감탄을 할 수 있는 곳.. 양들이 사람을 보고도 도망을 가지 않는다.


  오늘은 평창에서 목가적 풍경만을 보고 마친 것 같다. 메밀꽃 밭과 월정사와 월정사를 품고 있는 오대산, 양떼 목장..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곳. 시간이 나를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그냥 내버려두는 곳. 마음껏 내가 즐길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곳.. 그런 곳이었다.      


  아픈 몸을 이끌고 갔던 여행이라 그런지 약간의 피곤함으로 인해 아침에 몸은 더 악화되어 있었다. 아침이 밝아 오는 마음이 환해지는 느낌을 받으며 일어나서 처음 문을 열고 바깥 세상을 보았다. 병풍을 쳐 놓은 듯 평창의 산들은 고요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이었고 그 산 허리를 가로 질러 구름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이보다 더 멋진 생일 선물이 어디 있을까. 산은 푸르다 못해 푸르렀다.
 
  그렇다. 10월 1일은 한번 들으면 누구에게나 쉽게 기억되는 그런 날이다. 아침부터 문자가 부리나케 울렸다. 역시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후배 녀석이었다. 그동안 생일을 꽤 잊고 살았다. 그냥 조용히 산엘 가거나 조촐한 파티를 여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했었다.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조용히 여행을 즐기면서 하루를 보내려고 이곳으로 온 것이다.
 
  아침부터 서둘러 대관령 목장으로 갔다. 목장으로 가는 길 역시 깊은 계곡물이 콸콸 쏟아져 시원하기 그지없었다. 목장길따라 산길 거닐어 고운님 함께.... 노래가 흥얼흥얼.. 목장을 돌아보는 것은 일단 차를 타고 전망대로 가는 것부터 시작된다. 날씨가 약간은 을씨년스러웠지만 전망대에서 보는 강릉의 앞바다는 정말이지 장관이었다. 멀리 강릉시내가 보이고 그 너머로 동해의 바다가 보였다. 아마 날씨가 조금이라도 더 괜찮았다면 아마 동해 바다의 파도가 일렁이는 것도 보았으리라... 그만큼 생각지도 못한 이곳에서 강릉을 보게 된 것은 꽤 큰 행운이었다.


  전망대에서 다시 목장 아래로  내려오는 길은 트래킹을 했다. 풍력발전을 위해 세워진 49개의 풍차가 그림처럼 산 능선을 따라 펼쳐져 바람에 따라 제각기 풍차를 돌리며 서 있었다. 군데군데 영화 촬영지 푯말이 서있었다. 적당히 땀이 나는 것이 기분을 정말 좋게 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목장인데 소들이 보이지 않았다.. 참 재미있는 곳이다. 양떼 목정강이 여성이라면 이곳은 남성에 가까운 곳이다. 목장을 내려와서 간이 휴게소에서 컵라면을 먹었다. 약간은 쌀쌀한 날씨 속에 걸어서 그런지 라면 맛은 일품이었다.


  목장을 나와 우리는 허브나라로 갔다. 이효석 문학관이 있는 곳에서 더 깊숙이 산 아래로 들어가면 있는 곳이다. 이곳은 각종 허브가 동화 속 나라처럼 만들어져 있는데, 무뚝뚝한 내가 봐도 괜찮은 것 같아 다음에 또 와 보고 싶은 곳이다. 이렇게 평창에서의 1박 2일의 시간은 끝이 나고 집에 와서 푹 쓰러져 잤다.
 
낼 또 할 일이 있기에...       2007.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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