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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Feb 16. 2017

졸업식 -첫번째 옛 이야기

첫 제자들을 보내는 날

아직 보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시간은 자꾸만  보내야 한다고 재촉만 한다. 나는 아직도 준비해야 할 것이 많은데 말이다.슬픔이 물들지 않도록 내 마음에 보호막도 만들어야 하고 눈에도 물기를 말려야 한다. 그리고 나를 한번이라도 기억해주기를 바라면 자그마한 무엇이라도 준비해야 했다.


방학이 끝나는 그 순간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야 했는데, 이별이 너무도 일찍 와 버렸다. 하나씩 하나씩 준비해야 할 시간이 넉넉치 않았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신이 나서 천방지축처럼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면서 여기를 떠나는 것이, 내곁을 떠나는 것이 그리도 좋을까 야속하기만 하다.
매일 매일 무언가를 해주고 싶고, 추억을 하나라도 더 만들어 주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는 현실이 나를 한없이 나약하게 만든다.


졸업식에 줄 상장을 준비하고, 학생들에게 먼훗날 한번쯤은 지금의 모습을 기억하고 싶을 때 도움이 될 만한 동영상도 하나 만들었다. 그리고 늘 따스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이 될만한
책한권도 골랐다.졸업식장도 이제 하나둘 준비가 되어간다. 아이들이 자기들 졸업식 준비를 자기들이 한다고 투정이다.
 
졸업식날 얼굴의 면도를 깨끗하게 하고, 깨끗하게 빨아둔 양복을 꺼내입고 잘 바르지도 않는 젤을 머리에 듬뿍 발라 머리 모양을 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줄 졸업선물도 챙겼다.
 
왜 이렇게 실감이 나지를 않을까? 내일이면 이제 보지 못할 사람인데 아무런 느낌이 없다. 졸업식 당일도 여전히 학생들은 시끌벅쩍 떠들기만 한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커질수록 내 마음의 슬픔은 더해만 간다.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는 1년이라는 시간이 아쉽기만 하다.


졸업식이 시작되기전 그동안 준비한 동영상을 같이 보았다. 혼자볼때는 잘 몰랐었는데, 학생들이랑 같이 보니 마음이 왜이리 짠해지는지 참 혼났다.
벽에 기대어 서서 한컷 한컷 넘어갈때 1년의 추억이 머리속을 또렷하게 스쳐지나갔다. 아이들도 유심히 동영상을 보고 있었고 때론 웃음이 때론 침묵이 강요되고 있었다.
 
시골의 조그마한 학교의 졸업식이 시작되고 식순에 따라 하나씩 하나씩 행사가 지나갈때마다 마음을 억누르는 무게가 더해만 간다. 졸업식 노래가 끝남과 동시에 모든 행사가 끝나고 단체사진을 찍을려고 하는데 아이들이 펑펑 울고 있었다. 뭐가 그리 슬프냐고 그리도 울고 있냐고 퉁명스럽게 이야기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선생님을 학생들은 이해할까? 말한마디 따스하게 제대로 건넬 수 없는 선생님의 마음을 학생들은 이해할까?
교실에 모여 마지막 인사와 준비해 둔 선물을 나누어 주면서 학생을 제대로 한번 쳐다볼 수 없는 선생님의 마음을 학생들은 이해할까?
교실을 도망치듯이 빠져나와 교무실로 얼른 들어가버린 선생님의 마음을 학생들은 이해할까?
내 모든 것을 주고자 했던, 너무도 예쁜 학생들이 보고 싶어지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렇게 학생들을 떠나보내고 나는 또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아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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