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Jan 28. 2016

아버지와 목욕을 가다

  오랜만에 고향집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밤을 보내고 한가롭게 아침을 맞이하였습니다. 조카들은 개를 산책시킨다면 개줄을 풀었다 묶었다 하면서 자기들만의 아침을 시작했고, 부모님은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  일과를 시작했고, 우리 아들은 아파트에서는 볼 수 없는 각종 신기한 물건들과 풍경들을 보면서 어제처럼 온 집을 돌아다니면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쉴새가 없습니다. 나도 시골 집에 오면 이상하게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버릇이 있어 아침 일찍 집안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렇게 시골집에서의 1박 2일이 끝나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아버지께서 목욕을 가자고 했습니다. 나는 청주로 돌아가야 한다는, 가고 싶었지만 너무 늦으면 아내가 싫어한다는 것에 망설였지만 결국 따라 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어렸을 적 목욕탕을 꽤 늦은 나이까지 명절이 되면 어머니를 따라  목욕을 다녔습니다. 목욕탕집 주인이 싫어했지만 어머니는 아쉬운 소리를 하며 저를 데리고 들어갔었습니다. 평소에는 부엌 가마솥에 물을 끓여 자주색 큰 고무 대야에 물을 붓고 목욕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를 따라 목욕을 더 이상 다닐 수가 없을 때 저는 혼자 목욕을 다녔습니다. 그래서 대학교를 들어와서 친구들과 목욕 다니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었습니다.  


  그러다가 군대를 제대할 때 쯤부터 아버지와 처음 목욕을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별 대화는 하지 않았지만 아버지께서는 막내 아들이 다른 자식들에 비해 고생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던 모양입니다. 임용을 합격하고 나서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목욕 가고 싶다는 나의 한마디에 두말하지 않고 목욕을 데리고 갔던 적도 있습니다.


  목욕을 갈 때마다 당신은 간단한 샤워와 사우나 정도만 하시고 자식의 등은 꼭 밀어주었습니다. 명절 때도 아들과 함께 가고 싶어 하는 모습이 있었지만 형제끼리 목욕을 가는 것에 양보를 하셨습니다. 이번에는 내가 손수 운전을 해서 아버지를 처음으로 목욕을 갔습니다. 나이 들어서 두 번의 수술을 하시면서 몸이 예전보다 많이 약해져 있는 모습이 눈에 띄게 보였습니다. 역시나 이번에도 아버지와 아들은 말없이 뜨거운 탕에 있었고, 딱한 마디를 건넸습니다. '전에 여기 와봤제' 나는 '예' 그리고 대화는 끝입니다. 그리고 탕에서 나의 등을 밀어주고 당신은 평소에 목욕하러 와서 하는 일들을 습관적으로 하셨습니다.  

  목욕을 하고 오는 길이  개운하다기보다는 못내 아쉬움이 그리움이, 아버지에 대한 그림자가 짙게 마음속에 가라 앉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맞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