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간 학생들의 흔적
오늘 밀가루로 엉망이 되어버린 3학년 교실을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마구마구 나무랬습니다. 그러나 나는 비시시 웃기만 했죠. 이것 또한 추억이겠거니.
사람의 온기라고는 찾기 어려운 텅빈 교실이 을시년스럽기 까지했습니다. 교실 구석구석 보면서 추억을 되뇌이다가 곧바로 의자와 책상에 곱게 내려앉은 뿌연 밀가루를 걸레를 빨아 닦기 시작했습니다.
1년동안 학생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학생 개개인의 개성이 그대로 책상에도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한동안 유행했던 캐로로빵 속에 있는 캐릭터를 붙인 책상도 그대로였습니다. 사물함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1년동안 공부하느라 아둥바둥했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었습니다.
사물함을 열때마다 한명 한명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사물함을 끝까지 정리하면서 흐뭇했습니다. 모든 공부의 기본은 정리부터 온다고 하기 싫어하는 사물함 정리를 수시로 검사했었는데, 책들이 키 높이에 맞게 가지런히 놓여있었습니다.
학생들은 나를 기억해줄까?내가 했던 많은 말들을 기억해줄까?의식있는 사람으로 살기를 바라고 늘 깨어있는 사람이기를 바랬고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편이 되어주기를 바랬는데, 기억해줄까?
2008.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