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가을이 오지 않은 더운 기운이 여전히 교사들과 학생들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난 후 나른한 기운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정신을 채 차리기도 전에 내 옆으로 선생님 하며 음료수를 책상에 내려 놓는 일이 있었습니다. 고개를 돌려 보는 순간 우리 학교 학생으로 순간 착각했는데, 한명 한명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아차~ 나의 옛 제자들임을 알았습니다. 3년만에 만나는 학생들이 갑자기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에 이렇게 눈앞에 나타나니 기쁨과 함께 무슨 일인지 걱정까지도 되는 직업적 특성이 나타났습니다.
어수선한 교무실이 적응되지 않는지 제자들은 잠깐 밖으로 나가자 했고, 마침 저도 수업이 없어 밖으로 나갔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제자들은 변한 듯 변하지 않은 듯 나에게 나타났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멀리서 이렇게 불쑥 찾아와 준 제자들이 고맙기도 하고,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냥 이렇게 학교에서 잠깐의 이야기로 떠나보내기 아쉬워 학교앞 편의점에 가서 간단한 음료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키와 덩치가 훌쩍 커 버린 아이들은 저 나름대로 고민들을 안고 있었습니다. 철없을 때의 후회, 그리고 앞으로 졸업하고 난 후의 삶에 대해 무관심한듯 그러나 직장을 구해야 하는 심정 그런 것들이 교차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을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어리고, 부모님으로부터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나이에 사회에 나가야 하는 것이 못내 불안하기만 했습니다. 누구는 취직한다, 누구는 군대를 간다. 등의 이야기들이 오가면서 한시간이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수업이 코앞으로 다가와 더 이상 무언가를 해줄 수가 없었고, 아쉬운 마음으로 다음에 한가할때 오라는 말을 하고 학생들을 1시간 남짓 마주하고 보냈습니다.
잘 해준것도 없었던 담임을 멀리서 찾아와 준 제자들, 그들이 있어 교사는 힘을 얻으면서 살아가는 듯 합니다.
20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