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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Nov 11. 2015

강원도의 보물 정선 여행

1. 만항재를 지키는 정암사 수마노탑

  그동안 아껴두었던 정선을 가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1박 2일의 시간을 태백에서 보낼까 했는데, 태백은 등산이 아니면 간단히 소풍정도로 적당한 곳이라 생각했습니다. 정선 가기로 한 날은 날씨가 좋지 않다는 소리에 약간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날씨가 좋던 안 좋던 우리의 발길을 막는 것은 힘들어 보였습니다. 저녁 늦게까지 일하고 일어나 밥을 먹고 우선 차량을 점검했습니다. 꽤 출발시간보다 늦어 서둘러 정선으로 향했습니다. 정선으로 향하는 길은 예전에도 몇 번이고 왔었던 길이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4차선 확장공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작년 민둥산 갔을 때보다 조금 더 강원도 깊숙이 뻗어있었습니다.

수마노탑

  민둥산을 지나 첫 번째 코스 함백산 만항재로 향했습니다. 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라는 매력 때문에 이곳에 꼭 한 번은 와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나의 예상과는 달리 정암사가 먼저 나왔습니다. 언제든지 달려오면 올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절이었지만 인연이 닿지 않아 놓아둔 이곳을 오게 되었습니다. 산속 깊숙이 계곡을 옆에 끼고 자리한 정암사는 깨끗한 모습으로 이 산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정암사의 볼거리는 수마노탑과 열목어 그리고 적멸보궁이었습니다. 적멸보궁 뒤편 산 중턱에 있는 수마노탑은 정암사의 보물이었습니다.

 
  수마노탑까지 가는 길도 만만치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길을 따르는 나무향이 참 좋았습니다. 수마노탑에서 내려다본 정암사와 그 풍경들은 마음을 평온하게도 하고 시원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답답하고 복잡해지고 있는 머리를 잠시나마 아무런 생각 없이 자연에 맡겨두고 이렇게 우두커니 서니 여기가 극락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절집에서 절을 하고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산속으로 길게 뻗은 길을 따라 만항재로 갔습니다. 안개인지 구름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이 만항재를 뒤덮고 있어 물 알갱이들이 얼굴에 수없이 부딪치고 있었습니다. 정암사와는 다른 풍경 속에서 만행재의 숨은 보물 양생화단 지를 구경했습니다. 지천에 널린 야생화단지안에는 야생화들이 때믈 맞추어 피고 있었고 듬성듬성 나무와 야생화와 어울리고 그  사이사이를 안개인지 구름인지 모를 것들이 공간을 메우면서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곳에서 이렇게 작고 앙증맞고 귀엽게 피어나고 있는 야생화를 보면서 그리 쉽게 여기거나 박대해야 할 것이 아니라 두고두고 그 느낌을  주고받아야 할 것이 야생화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추위 속에 구경하느라 몸이 약간 으스스 해지기 시작했고 우린 작은 가게 안에서 약간의 간식거리로 추위를 녹이고 허기를 달래고 길을 나섰습니다.
  정선은 참 갈곳도 볼것도 많은 곳입니다.   


2. 소금강에서 만난 화암

  만항재를 돌아 화암동굴이 있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화암동굴을 꼭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곳을 가는 곳에는 정선의 보물들이 촘촘히 박혀있어 결코 지루한 길은 아닙니다. 우선 몰운대를 만났습니다. 솔직히 만난 것이 아니라 그곳의 표지판을 지났습니다. 몰운대가 목적인데 초보운전의 한계점을 드러내며 찾지를 못해 그냥 지나쳐버렸습니다. 그리고 만난 소금강 계곡은 곳곳에 기암절벽을 이루고 있었고 소나무들은 어찌 그리 멋진지 소나무의 매력은 보면 볼수록 멋졌습니다. 잠깐 내려 소금강 계곡을 보고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 계곡에서 다슬기를 잡고 있는 아주머니가 계셨습니다. 우리는 가던 길을 멈추고 다슬기를 잡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내 눈에는 다슬기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렸을 적에는 다슬기를 잡아서 먹었던 추억이 아직도 얼마 안 지난
일처럼 느껴지는데 왜 다슬기 잡는 법을 잊어버렸을까요?? 염치 불문하고 아주머니 옆으로 갔습니다. 아주머니는 여기에 작지만 많이 있으니 잡으라고 했습니다. 일렁이는 물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돌 옆에 수없이 다슬기들이 붙어있었습니다. 조심스레 물을 헤치고 다슬기를 잡았습니다. 참 오랜만에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잠깐 손을 넣고 발을 넣었는데도 물이 차가워 손이 시리고 발이 시렸습니다. 그러나 다슬기는 포기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같이 오던 샘이 냇가를 건너다 그만 미끄러져  온 몸이 풍덩했습니다. 이내 풍덩한 샘이 다른 샘들에게 물장난을 치더니 난장판이 따로 없었습니다. 그 덕에 가만히 있는 나까지 물세례를 받았습니다. 꼭 우리가 1박 2일을 찍는 것처럼 그렇게 되었습니다. 잠깐 잡았는데도 넉넉히 다슬기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밤에 먹을 것을 기약하고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내 옆에 계시던 아주머니는 우리를 피해 다른 곳으로 가서 다슬기를 잡았습니다. 철없이 참 미안한 일이었습니다.


  화암약수 앞에 주차를 했는데, 우리가 찾던 몰운대 가는 길이 이곳에 있었습니다. 왕복 3시간 등산코스라 격렬한(?) 토론 끝에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한참을 걸어도 몰운대는 나오지 않고 급기야 몰운대 가는 길이 끊어졌다는 소리까지 듣고 그냥 돌아왔습니다. 완전히 시간을 낭비한 것입니다.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습니다. 서둘러 내려와 화암약수를 한잔 했습니다. 새콤한 것이 이건 두 번 다시 먹지 못할 약수였습니다. 이런 걸 마시다니...윽윽...시간이 많이 지나 오늘 갈 계획이었던 화암동굴을 포기했습니다. 다음 날 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이곳을 왔는데 사람들이 왜 그리도 많은지... 딱히 화암동굴은 그리 좋은 지도 모르겠는데 말입니다. 자꾸만 고씨동굴과 비교가 되었습니다.      


3. 아우라지 정선장

  화암약수터를 지나 된장마을을 거쳐 구절리역으로 갔습니다. 이제 잠을 자고 레일바이크를 탈 작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레일바이크를 타러 갔는데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길게 늘어선 줄에 그만 포기를 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우린 아우라지로 갔습니다. 조용하게 조양강물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강 건너에는 간밤에 놀러 왔던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우라지의 명물 섶다리는 보이지 않았고 배만 한 척 있었습니다. 그리고 강너 아우라지 처녀상이 서있었습니다. 그곳까지 가는 길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 징검다리를 건너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아우라지 선착장에서 우린 산책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시간이 되고 멀리서 자전거를 타고 오는 아저씨 한분이 있었습니다. 직감적으로 뱃사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저씨는 이내 능숙한 솜씨로 배를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줄을 댕겨서 왔다 갔다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잠깐이지만 아저씨는 배에서 아우라지에 대한 이야기를 구수하게 하셨습니다. 이곳은 두개의 물줄기가 만난다고 해서 아우라지이고 이 아우라지부터 흐르는 강을 조양강이라고 부르고 이강을 영월에서는 동강이고 남한강으로 흘러 한강을 거쳐 바다로 간다고 했습니다. 이제야 강원 남부의 동강의 정체를 알 수 있었습니다. 배에서 내려 징검다리를 건너 아우라지 처녀를 만났습니다.


 아우라지 처녀를 보고 백석폭포를 지나 정선 5일장을 갔습니다. 정선 5일장은 이미 사람들로 바글바글했고 주차할 곳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5일장에는 시골사람들이 가지고 나온 나물들로 가득가득했습니다. 아마도 정선장이 유명한 이유는 이 할머니들의 나물이 아닐까 합니다. 한바퀴 둘러보고 밥을 먹었습니다. 밥은 그리 맛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리랑 공연을 보고 집에 보낼 나물 몇 가지를 사고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화암동굴을 갔다가 엽기적인 그녀 촬영지가 있는 새비재로 향했습니다.        2008.6.14    

김봉두 촬영장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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