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생활을 그리워하며
비를 참 좋아했습니다. 내 기억으로는 2006년 노량진에서 서울생활 할때 쯤부터 비를 그리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고시원에서 밤새 옥상의 양철 빗물 통을 따라 흘러 내리며 통통거리는 소리, 거리마다 넘쳐나는 빗물이 흘러내리는 그런 소리들로 잠을 이루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기분에 취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이런 저런 생각으로 밤을 지새웠었습니다.
그리고 시골의 작은 학교로 발령을 받고 갔을 때 얻은 자취방의 좁다란 복도는 천장이 스테인레스 지붕이었습니다. 그러니 빗방울 하나가 떨어져도 기관총을 쏘는 것처럼 요란한 소리를 냈었습니다. 그 소리가 요란하다기 보다는 가슴속의 억눌려진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시원하게 두드려 주는 것 같아 즐겼습니다. 그리고 복도 창문에 내다 서서 무성한 벚꽃들 사이로 주황색 빗물들이 떨어지는 모습을 한참을 서서 보는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새로운 관사에서도 1층에 자리를 튼 모기 나라의 작은 공간은 3층 짜리 원룸 옥상에서 물받이를 따라 떨어지는 소리를 밤새 즐기면서 살았었습니다. 그렇게 비가 나리면 시원해지는 기분으로, 감상에 젖는 기분으로 상상 그 이상의 것들이 떠오르면서 삶의 또다른 즐거움을 찾곤 했습니다.
그렇게 좋아했던, 지금도 좋아하는 비이지만, 옛날의 그런 기분들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비가 오는 것조차도 알 길이 없는 도시의 생활에서 비의 낭만을 저에게 앗아가 버렸습니다. 아파트 베란다 창문으로 가로수길에 떨어지는 비를 보고 그 속으로 달리는 차를 봐도 그냥 하나의 모습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교무실밖 창문으로 제법 많은 비가 쏟아져야 비내림을 알아차리게 되고, 그제서야 창문으로 다가가 보아도 아파트의 거대함, 그 사이로 좁다랗게 자리잡은 나무에 내리는 비는 낭만의 의미보다는 애처로움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옵니다.
도시에서의 삶은 내 삶을 근원적으로 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비가 내리고 내 머리에도 비가 내리고 내 가슴에도 비가 내리는, 온통 비만 내리는 비만 보이는 그런 곳의 삶에 내가 살아갑니다. -201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