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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Nov 07. 2015

비가 나립니다

시골생활을 그리워하며

  비를 참 좋아했습니다.   기억으로는 2006년 노량진에서 서울생활 할때 쯤부터 비를 그리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고시원에서 밤새 옥상의 양철 빗물 통을 따라 흘러 내리며 통통거리는 소리, 거리마다 넘쳐나는 빗물이 흘러내리는 그 소리들 잠을 이루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기분에 취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이런 저런 각으로 밤을 지새웠었습니다.  


  그리고 시골의 작은 학교로 발령을 받고 갔을 때 얻은 자취방의 좁다란 복도는 천장이 스테인레스 지붕이었습니다. 그러니 빗방울 하나가 떨어져도 기관총을 쏘는 것처럼 요란한 소리를 냈었습니다. 그 소리가 요란하다기 보다는 가슴속의 억눌려진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시원하게 두드려 주는 것 같아 즐겼습니다. 그리고 복도 창문에 내다 서서 무성한 벚꽃들 사이로 주황색 빗물들이 떨어지는 모습을 한참을 서서 보는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새로운 관사에서도 1층에 자리를 튼 모기 나라의 작은 공간은 3층 짜리 원룸 옥상에서 물받이를 따라 떨어지는 소리를 밤새 즐기면서  살았니다. 그렇게 비가 나리면 시원해지는 기분으로, 감상에 젖는 기분으로 상상 그 이상의 것들이 떠오르면서 삶의 또다른 즐거움을 찾곤 했습니다.   


  그렇게 좋아했던, 지금도 좋아하는 비이지만, 옛날의 그런 기분들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비가 오는 것조차도 알 길이 없는 도시의 생활에서 비의 낭만을 저에게 앗아가 버렸습니다. 아파트 베란다 창문으로 가로수길에 떨어지는 비를 보고 그 속으로 달리는 차를 봐도 그냥 하나의 모습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교무실밖 창문으로 제법 많은 비가 쏟아져야 비내림을 알아차리게 되고, 그제서야 창문으로 다가가 보아도 아파트의 거대함, 그 사이로 좁다랗게 자리잡은 나무에 내리는 비는 낭만의 의미보다는 애처로움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옵니다.   

  도시에서의 삶은 내 삶을 근원적으로 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비가 내리고 내 머리에도 비가 내리고 내 가슴에도 비가 내리는, 온통 비만 내리는 비만 보이는 그런 곳의 삶에 내가 살아갑니다. -201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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