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할 때는 원래 부부 싸움이 잦아지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몸이 힘든 나머지 마음에 여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여유는 에어백이다. 에어백없는 상태에서 서로 부딪히면 충격도 크다.
아이 키우는 게 보람되고 행복한 일이지만서도 동시에 육체와 정신 모두 피폐해지는 게 또 육아이기도 하다.
아이 엄마와 아빠 각자에게 몸과 감정 회복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마음에 여유가 조금 생기고, 서로 다퉈도 가볍게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말이 쉽지 현실은 어렵다.
뻔한 조언은 흔하다. '친정 시댁 부모님께 주 1회 맡겨라', '베이비 시터 써라'. 다만 그게 가능한 케이스는 행운인 경우고, 보통 그러기 쉽지 않다.
현실이 그렇다. 친정/시댁 부모님 집에 맡기면 아기가 엄마 찾아 엄청 우는 경우도 많고, 부모님 건강이 안 좋은 경우. 부모님 댁과 거리가 먼 경우. 부모님 집 환경이 아이에게 불편한 경우. 이런 제약을 모두 비켜가야 한다.
게다가 부모님들 시간이 당연히 공짜라 여겨서도 안된다. 얘기 안 해도 다 돈 드려야 한다. 베이비시터는 말해 뭐하나. 비용이 크다. 특히 한국인 시터는 더.
다음으로 흔한 조언은 '집안일의 자동화'다.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 배달음식 등을 활용하는 것이다.
오. 듣고 보면 괜찮은 방법인데? 라고 생각 하지만 결국 또 비용이다. 배달도 자주 시켜 먹으면 큰돈이고 식기세척기는 그 자체로도 비싸지만 설치하려면 빌트인 공사도 해야 한다는 데.
참고로 육아가 시작되면 지출은 늘고, 둘 중 한 명의 육아휴직으로 가계 수입은 반토막 난다. 상황이 이러하니 집안일 자동화도 쉽게 택할 선택지는 아니다.
결국 나 같은 보통 사람들은 부부가 동글동글한 말로 서로를 보듬어 갈 수밖에 없다. 지치고 예민한 상황에서도 서로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 상대를 측은하게 볼 줄 알고 일종의 전우애를 발휘해야 한다. 현재 내가 택할 수 있는 건 딱 이 정도인 것 같다.
마음만은 당장에라도 와이프에게 시터 한 분 고용해주고, 넓은 집으로 이사 가서 식기세척기와 로봇청소기를 돌려주고 싶다. 힘들 땐 고민 없이 보쌈 같은 거 하나 딱 시켜주고 싶다. 그래서 부부가 덜 지치고 여유롭게. 화목하게 지내고 싶다.
그냥 지금이 특히 더 어려운 시기인 것 같다.
인정하고 이 구간을 통과해보기로 한다.
또 다투겠지만 또 힘을 합쳐서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