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 (1999)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1999 개봉)'를 이제야 보았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아빠라는 존재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어린아이에게 아빠는 가장 크고 강하며 의지할 수 있는 존재다. 그래서 아빠는 자식 앞에서 약하거나 우울한 모습 보이면 안 된다.
나 어릴 때 우리 아빠도 그랬다. 아빠는 자식들에게 형편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았다. 아무리 어려워도 필요한 게 있다면 사주셨다. 가끔은 "이날 돈이 들어 오니까 기다릴 수 있니?라고 물어보셨다. 지갑이 얇아도 '못해준다, 안된다'고 말한 적 없었다.
내 어린시절 아빠가 앓아누운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생각해보면 신기하다. 사람이 살다 보면 감기라도 걸리기 마련인데 어떻게 기억이 없을까. 아빠가 일부러 보이지 않던건 아니었나 짐작한다.
성인이 되었을 땐 그랬다. 내가 수능 시험을 잘 못 봤을 때. 취업에 계속 낙방했을 땐 전화가 왔다.
"저녁 먹자. 집 앞 마포갈비에 가있을 테니 내려와."
그리곤 고기를 구워주시며 지나가듯 말했다.
"늘 우보천리 호사다마라 생각해."
소 걸음으로 천리를 가고, 좋은 일에는 '마(안 좋은 일)'가 많이 끼는 법이란 뜻이다. 덕분에 난 실패했어도 꾸준할 수 있었고 낙담하지 않고 계속 시도할 수 있었다.
아빠란 그런 존재인 거 같다. 내 아이에게 희망과 미래를 보여주고, 현실의 걱정은 혼자 다 가져가는 사람.
나도 아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 그래서 아직 11개월 아기인 아들이 조금 더 자라면 이야기 해 주어야지.
"(걱정은 아빠가 다 할 테니) 아들은 걱정 말고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해봐!"
아빠가 내게 해줬듯 내리사랑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