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이제 세돌(36개월)이 지났다.
지금 드는 생각은
"여전히 힘들다."
"미운 네 살은 정말 너무 밉다."
아들이라 그런가,
확실히 에너지도 넘치고
잠도 안 자고 소리도 지르고, 때리고 난리다.
오늘도 애가 성질을 부리더니 내 배를 콱 물었다.
피가 났고 나도 모르게 애를 밀어버렸다.
그리고 잠투정, 배고픔 투정은 얼마나 심한지.
정말 매운맛이다.
(잠투정은 대체 언제 사라지는 가)
잠은 결국 밤 12시 3분? 정도에 겨우 들었다.
(평소에도 11시 30분은 기본으로 넘긴다.)
와이프는 그냥 기절했고,
나는 나와서 이제야 내 시간을 갖는다.
나는 내가 해야 할 일들이 있다.
계획해서 사는 J 유형의 성격이다.
그러나 애 키우는 건 계획이 잘 통하지 않는다.
계획대로 밀고 나가는 성실함 보다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타협, 수정하는 성향이
육아에는 더 적합한 기질인 것 같다.
그래서일까. 나는 아이(0-6세 정도 유아) 보는 걸 좋아하는 유형일까, 싫어하는 유형일까? 딱 두 가지 중 고른다면 싫어하는 유형에 좀 더 무게가 실리는 사람이다. 그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고, 지금은 인정한다.
내 애니까 견디며 키워내고 있는 거지, 이게 직업이었다면 난 바로 그만두었을 것이다.
예전에 애가 18개월 즈음되었을 때 주변 육아 선배들이 '18 소리 나는 18개월'이라는 용어를 알려줬다. 근데 18개월 이후 지금 거진 2년이 다되어가는데 상황이 좋아지질 않는다.
미운 네 살을 지나가면, 좀 괜찮아질 수 있을까?
모르겠다. 아무도 희망을 주지 않는다.
게다가 애마다 순한 기질, 까다로운 기질 다 다르기에
단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기도 하고.
글쎄. 가만 생각해 보면 나란 사람은 아이와 가족이 주는 행복을 높게 사지만, 마음의 여유, 생활의 여백, 평화로움과 같은 걸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정말이지, 아이가 커가면서 나도 나를 알아가는 과정을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