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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Apr 14. 2024

둘째는 접는 게 맞는 듯

둘째를 원했던 마음이 있었다. 적극적으로 준비한 건 아니지만 아예 시도를 안 한 것도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생기면 낳자라는 정도의 마음이었다.)


그런데 오늘 둘째를 접는 쪽으로 마음이 아주 많이 기울었다. 만약 이번 달도 임신 실패하고 넘어가면 더 이상 노력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내 관점에서 나뿐만 아니라 와이프도 애 둘 감당할 그릇이 못됨을, 드디어 인정했기 때문이다.


아이 낳고 와이프와 내 삶은 어땠던가.


아이가 주는 행복이 더해졌음은 확실하다. 그러나 둘 사이 관계는 어땠던가 생각하면 글쎄. 나는 잘 모르겠다. 각자의 삶 행복도가 올라간 것과 부부 사이가 더 좋아졌느냐는 별개다.


나도 아내도 많이 변했다.

지금에 비하면 연애 시절 다툼은 다툼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우리 부부가 불행한 건 아니다.

여전히 서로 위하고 살고 있다.

다만 애 보다가 종종 크게 다툴 때가 있을 뿐이다.


원인은 순전히 아이 케어로 인한 스트레스, 나와 와이프가 그 정도 그릇밖에 안되는 사람이란 사실이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상황이 이러하니 기준이 잡히는 것 같다.


삶을 쭉 함께 할 사람은 우리 부모님도, 내 자식도 아니다. 배우자가 나와 같이 걸어갈 사람이다. 개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배우자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그런데 둘째를 낳았을 때 부부 관계가 더 악활 될 여지가 있다면. 과연 위험을 감수하고 그 길로 가는 게 맞는 걸까?


둘째가 생김으로써 우리 가족(특히 첫째 자녀)이 얻게 될 이점들이 있다 한들 부부 관계가 멀어지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물론 내 아이가 어린 시절 심심하고 외로울 수 있다.

나와 와이프가 둘 다 세상을 떠나고 나면 외로울 수 있다. 부부가 살가운 딸을 못 가져본 것에 대한 미련이나 후회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외로움과 심심함, 미련의 감정이 여유가 없어서 오는 불화보다 더 낫다고 본다. “애들 때문에 같이 살지”라고 말하는 상황이 오는 게 무섭다. 그러니 무엇을 선택하든, 배우자와 관계가 멀어질 여지가 있다면. 난 그 선택은 못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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