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성을 외면하는 무자비한 세상으로부터, 신의를 가벼이 여기는 무관심한 사람들로부터 상처받은 이들은 들으라. 세계의 무차별적 폭행에 수 없이 깎여나가도 숨이 붙어있는 한 결코 무뎌질 수 없는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이들은 들으라.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선혈의 강렬함을 선명하게 기억하는 이들은 들으라. 자신이 상처받을 줄 아는 여린 존재임을 아는 이들과, 동굴 속으로 숨어들고 고독을 벗 삼아 스스로를 치유하는 것에 익숙한 이들도 들으라.
그대들은 마음속에 촛불을 간직하기에 상처받는다. 그 촛불은 인간에게 무해하고 온화하며, 언젠가 세상을 밝히는 횃불로 자라날 수 있다. 순수의 흰 빛으로 가득하던 마음은 두려움에 잠식당한 눈빛이 내뿜는 비정함에 놀라 희망을 잃은 듯 까마득해지지만, 가운데 놓여 마음을 밝히던 촛불은 비록 그 크기가 작아졌을지언정 여전히 정열적으로 타오르고 있다. 그것이 없다면 상처받을 일이 없겠지만, 그것이 없다면 살아있는 것도 아니게 된다.
아, 그것은 쉽게 꺼지지 않으니, 상처받을 줄 아는 이들은 기뻐하라. 상처에서 흐르는 붉은 피만큼이나 당신이 인간성을 잃지 않았다는 생생한 증거는 없으니. 인간을 물건으로 전락시키려는 무정한 세상을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면, 수천 년에 걸쳐 어리석음을 거듭해 온 인류의 물결을 전환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 가능성은 오로지 인류의 마지막 저항 정신, 바로 당신 안에 살아 숨 쉬는 촛불이 지니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