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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상스님 Feb 15. 2019

괴로움의 생겨나고 사라짐, 12연기

중생의 괴로움은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사라지는가?

12연기는 우리의 생각과 의식이 어떤 방식으로 허망하게 생겨나게 되었으며, 어떻게 우리의 괴로움이 연기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어리석음(무명)으로 인해 어리석은 행동(행)을 하게 된다.


여기서 어리석음은 세상이 연기된 것이기에 허망한 줄 모르고(무상, 무아) 진짜로 있다고 여기는 실체관념에 기인한다.


이 세상이 허망한 꿈인 줄 안다면, 그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크게 연연하지 않고, 고집하지 않아, 주어진 삶을 평화롭게 그저 살게 될 것이다.


어리석은 행동은 곧 유위행이 되어 업장으로 굳어진다.


그러한 수많은 경험과 행위, 업장으로 인해 우리는 세상을 자기식대로, 자기 경험대로 판단하게 되니, 이것이 바로 식(識)이다.


허망한 무명에서 허망한 행동이 일어나고 거기에서 허망한 의식, 분별, 생각이 연기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기 의식대로 세상을 판단하고 규정짓게 되니, 그것이 바로 명색(名色)이다.


명색은 다시 말하면 내 바깥의 대상을 말하는데, 있는 그대로의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의식이라는 색안경에 걸러서 자기식대로 세상을 보고 판단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명색도 허망하다.


당연히 바깥에 대상이 있고, 나에게 의식이 있으니, 그 의식을 일으키는 나라는 존재, 즉 육입(六入)이라는 감각기관도 실재한다고 여기게 된다.


식, 명색, 육입 세 가지는 십팔계로써, 동시에 일어난다.


이렇게 십팔계가 접촉(觸)할 때, 좋고 나쁜 느낌(受)이 일어나고, 연이어 애착(愛)과 집착(取)이 생기고, 집착한 것을 내 것으로 만들려는 유위행이 생겨나면서, 내가 만들어낸 하나의 거대한 세계가 연기된다.


내가 세상을 창조한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은 저마다의 세상이 진짜로 있는 것(有)으로 만들어내고, 그 세상 속에 빠져서 성공이라는 신화를 써나가게 된다.


그럼으로써 생노병사라는 인간의 근원적인 괴로움이 연기된다.


이제 성취해야 할 어떤 일이 생겼고, 그로인해 나라는 존재감이 뚜렷해 졌으며, 그것을 이루고, 혹은 이루어가고, 성취한 뒤에 다시 사라져가는 생노병사, 성주괴공, 생주이멸의 무상한 과정을 겪게 된다.


이것이 곧 십이연기가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 괴로움의 연기과정이며, 이 모든 하나하나의 지분은 모두 의식이 만들어낸 허망한 거짓의식의 세계일 뿐이다.


이 십이연기 중에 하나가 소멸되면 연이어 그 다음 지분도 소멸되어, 결과적으로 모든 괴로움 또한 소멸된다. 


십이연기 생성의 과정이 곧 괴로움의 생성과정이며, 중생이 연기되는 과정이고, 십이연기의 소멸 과정이 곧 해탈의 과정이며, 중생이 사라지고 멸도, 해탈, 열반의 부처가 드러나는 과정이다.


이 모두가 하나의 허망한 의식에서 시작된 어리석은 의식의 흐름이었을 뿐, 실체적인 것은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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