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을 타파하라
이제 다음주면 불교아카데미 첫 강의가 시작됩니다.
지식만 전달하는 공부가 아니라, 참된 삶의 지혜를 통찰하여 모든 괴로움에서 완전히 벗어나 하루하루를 행복하고 충만한 아름다움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이고득락을 발원하며 다음주를 기다립니다.
가능하면 고의 문제를 결정코 해결하겠노라는 강한 발심과 열린 마음을 가지고 오신다면, 자신이 간절히 바라는만큼 원하는 것은 저절로 주어질 것입니다.
금강경에서는 상(相)을 타파하라고 합니다.
상이 무엇일까요?
마음 속에 그려지는 이미지, 모양, 그림입니다.
세상 모든 대상은 '이름'이 있고, 그에 걸맞는 '모양'이 있습니다.
'사과' 하면 사과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그게 바로 상입니다.
'가족'하면 누구나 '가족'이라는 자기만의 이미지가 그려지고, 그 이미지인 상을 보고 가족은 이런거야라고 결정짓고, 그렇게 믿게 됩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가족'의 이미지가 따뜻하고 사랑스럽고 좋겠지만, 어떤 다른 사람은 '가족'이라는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게 그려져 있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사랑'에 대한 상도 사람마다 다 다르겠죠. 특정 정치인에 대해서도, 특정 정책에 대해서도, 특정 종교에 대해서도, 나아가 인생과 이 세상에 대해서도 어떤 사람은 매우 좋게 여기지만 또 다른 사람은 매우 싫어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사람마다 같은 대상을 보더라도 자기만의 상, 이미지를 가지고 그것을 해석하고 분별해서 바라봅니다.
유식무경, 삼계유심이라고 하여, 세상은 오로지 자기 마음일 뿐이며, 세상에는 자기 인식만 있을 뿐, 바깥에 독자적인 경계, 세계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상이라는 인식의 필터로 걸러서 바라봅니다.
그리고는 그 생각이, 그 인식이 옳다고 여기고, 그 상에 집착합니다.
그러나 상은 진실하지 못합니다. 내가 만들어 놓은 나만의 이미지이기 때문이지요.
다른 사람은 나와는 전혀 다른 상을 가지고 그것이 옳다고 고집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상에 집착하면 곧 괴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상을 써먹기는 할지언정, 거기에 과도하게 집착하지만 않으면, 삶은 아무 문제가 없어지고, 자유로와집니다.
이 모든 괴로움이 허망한 상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기에 그 어떤 상에도 집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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