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케이크 Pancake

특별한 아침.

by 이선용

어린이는 일어나 눈곱을 떼고 세수를 마치자마자 부엌으로 달려간다.


찬장을 연다. 누렇게 바랜 종이를 덮고 있는 옅은 회색의 두꺼운 표지엔 西洋料理 라는 어린이가 읽지 못하는 글자가 적혀 있다. 엄마의 요리책은 사진조차 선명하지 않은 흑백으로 프린트된 요리책이다. 꽤 두꺼운 요리책이었는데, 딱 한 페이지만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종이 끝이 접혀있다. 밀가루가 끼어있고, 누런 반죽이 튀어 지저분해진 그 페이지에는 '핫케이크' 레시피가 적혀 있다. 오늘은 핫케이크를 만드는 날!


핸드믹서를 꺼내고, 큰 유리 볼과 계량컵을 꺼낸다. 주말 아침부터 부엌을 난리통으로 만들고 있는 어린이를 도와 엄마는 이것저것 재료를 꺼내주신다. 버터를 살짝 녹여서 식힌다. 우유와 달걀을 유리 볼에 넣어 섞다가 여기에 식힌 버터를 넣어 저어준다. 밀가루, 베이킹파우더, 설탕, 소금을 우유와 달걀이 담긴 큰 볼에 넣고 풀어준다. 적당히 달궈진 팬에 버터를 살짝 바르고 묽은 반죽 한 국자를 떠서 동그랗게 팬 중앙에 붓는다. 반죽 윗면에 뽀글뽀글 기포가 생기고 가장자리가 살짝 굳은 듯 보이기 시작하면, 핫케이크를 뒤집어야 한다. 바로 이 순간! 핫케이크를 뒤집는 순간이 핫케이크 만들기의 클라이맥스다.


"엄마! 아빠! 언니! 빨리 와서 이거 봐~!!! 나 핫케이크 뒤집는다, 나 핫케이크 뒤집는다고!!!"


세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최선을 다해 난리부르스를 치며 뒤집어 보지만, 성공확률은 50%나 되었을까? 동그랗고 예뻤던 한 면만 익은 핫케이크는 언제나 쭈글쭈글 못난이 핫케이크로 완성되었다.




핫케이크? 팬케이크?

왜 어릴 때 난 이런 종류의 프라이팬에 구워내는 납작한 빵 종류를 핫케이크라 부르고, 이젠 팬케이크라고 부를까 궁금해서 이것저것 찾아봤다. 주로 일본, 필리핀, 한국에서 팬케이크를 핫케이라고 부르는 듯 보여서 '아! 이거 또 일본에서 만들어낸 엉터리 영어구만!' 했는데, 1974년 미국가수 Carly Simon이 낸 앨범의 이름도 'Hotcakes'인 것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일반적으로 팬케이크는 아침식사 대용으로 먹는 아주 달지 않은 것을, 핫케이크는 조금 더 달고 부드럽게 만든 디저트류를 부르는 것으로 구분하는 듯 하지만... 역시,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이젠 서양요리라는 한자도 읽을 수 있게 되었고, 나의 부엌에서 더 이상 엄마의 도움 없이도 팬케이크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팬케이크를 만드는 날은 여전히 특별하다.


아침식사로 만들다 보니, 하루 전 날 모든 재료가 준비되어 있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토스트와 달걀, 과일과 요거트 정도를 먹는 나의 일반적인 아침식사보다 시간이 좀 더 걸리기 때문에, 적어도 평소보다 30분은 일찍 일어나야 한다. 이왕이면 저녁에 미장플라스(mise en place)* 를 준비해 놓고 잠이 들면 좋다. 재료를 미리 필요한 분량만큼 계량해서 정리해 놓고, 사용할 팬과 볼, 거품기, 국자를 꺼내 놓는다. (*미장플라스가 무엇인지 궁금하신 분은 글 '당근 케이크' 참고하세요.)


아침에 일어나 어제 저녁 준비해 놓은 재료를 확인한다. 팬케이크를 굽기 전에, 함께 먹을 딸기와 블루베리를 손질해 놓고 팬케이크 위에 올릴 버터도 예쁘게 잘라 놓는다. 커피를 내릴 물도 미리 끓인다. 에티오피아나 케냐 원두의 산뜻한 과일향을 좋아하지만, 오늘은 메이플 시럽을 듬뿍 바른 팬케이크를 먹을 예정이니, 달콤한 향기가 좋은 콜롬비아 원두를 갈아놓는다.


아, 아직 반죽을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 행복하다.

오늘은 정말 특별한 날이 될 거야.




팬케이크 Pancake


4 인분 / 30분


재료

// 마른 재료 //

중력분 2 cup*

베이킹파우더 4 tsp

하얀 설탕 4 Tbsp

소금 1/8 tsp


// 젖은 재료 //

달걀 1개

우유 400ml

바닐라 에센스 1 tsp


팬케이크 굽는 프라이팬에 바를 버터 조금


함께 곁들일 재료

딸기

블루베리

버터 얇게 사각형으로 자른 것 (2cm x 2cm x 0.5cm)

메이플 시럽


* 정확한 베이킹 레시피는 부피보다는 무게로 표시하지만, 모든 분들이 부엌용 저울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정용 레시피는 보통 부피로 표시하죠. 베이킹에서 'cup'이라는 단위가 나올 때에는 컵에 재료를 꽉꽉 눌러 담지 않아요. (눌러 담아야 하는 경우에는 보통 그렇게 하라고 레시피에 써 있습니다.) 밀가루 통에 컵을 넣고 뜬 후, 윗부분 봉긋하게 담긴 부분은 칼로 긁듯이 판판하게 덜어내 주세요.




팬케이크 역시 베이킹의 기본 공식을 따릅니다.

"마른 재료를 섞고, 젖은 재료를 섞고, 그 둘을 섞어서 익힌다."


우선 중력분, 베이킹파우더, 설탕, 소금을 볼에 넣고 골고루 섞어주세요. 다른 볼에 달걀, 우유, 바닐라 에센스를 잘 섞어주세요. 이제 젖은 재료 섞은 것을 마른 재료 섞은 것에 한 번에 붓고 거품기로 섞습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재료를 너무 오래 섞지 않고, 한 30초 정도 밀가루가 큰 덩어리만 없도록 섞습니다. 반죽에 덩어리 진 것이 여기저기 작게 듬성듬성 보일 때 반죽 섞는 것을 멈추세요. 반죽을 너무 오래 섞으면 글루텐이 많이 생성되면서, 팬케이크가 부드럽지 않고 떡처럼 꾸덕하고 질겨져요. 꼭! 기억하세요.


이제 프라이팬을 뜨겁게 달굽니다. 뜨겁게 달궈진 팬을 불을 끄고 한 번 식혀줍니다. 팬이 따듯하게 식으면 다시 불을 중간 불로 올리고 위에 버터를 조금 발라 주세요. 이때 버터가 뽀글뽀글거리면서 탄다면 팬이 너무 뜨거운 겁니다. 팬을 조금 더 식힌 후 사용하세요.


자 이제~ 버터를 바른 팬 가운데 팬케이크를 한 주걱 퍼서 올립니다. 보통 첫 번째 구워내는 팬케이크는 모양이 예쁘지 않아요. 팬이 골고루 데워져 있지도 않을 수 있고, 아직 내가 팬케이크 굽는 모드로 전환이 되지 않아서일 수도 있겠죠? 팬케이크 반죽 윗부분에 큰 기포가 형성되고, 가장자리가 익어서 굳는다는 느낌이 들 때 뒤집게를 이용해 조심스럽게 그러나 빠르게~ 팬케이크를 뒤집어 주세요. 반대편도 노릇노릇하게 익을 때까지 익힌 후 팬에서 꺼냅니다. 완성된 팬케이크는 따듯하게 보관하면서, 한 장씩 한 장씩 팬 케이크를 익혀주세요.


그릇에 팬케이크를 담고, 옆에 미리 준비한 과일을 담습니다. 팬케이크 위에 버터 조각을 올리고 메이플 시럽을 뿌려주세요. 따듯한 커피와 함께 특별한 아침을 시작하세요!


반죽이 남았다면?

이번 레시피는 4인분 반죽이다보니, 혼자 사시는 분이나 저 처럼 둘이 사는 집은 저 많은 반죽을 다 팬케이크로 만들 필요가 없죠. 게다가 팬케이크를 한 장 한 장 굽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요. 반죽은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고,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보관 하시면 2~3일 동안 팬케이크를 구우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