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TSD 위에 쌓인 BPD-MS의 이중파열 구조
나는 종종 묻는다. 왜 나는 같은 일에 반복해서 고통받는가, 왜 ‘남들에겐 괜찮은 일’조차 나에겐 전쟁 같은가. 왜 나의 삶은, 조용한 날이 오면 곧 폭풍이 몰려오듯 파열되고야 마는가. 그 질문에 대한 한 가지 답은, 나의 내면 깊숙한 ‘구조적 손상’에 있었다.
CPTSD(복합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단순히 “과거에 아팠던 기억”이 아니다. 이는 삶의 가장 기초적인 정서조절 회로, 자기감, 신뢰감이 만성적으로 훼손된 상태를 의미한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학대, 방임, 혹은 정서적 억압을 겪은 사람은 결국 자신의 감정이나 존재를 ‘정상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법을 잊는다. 나도 그랬다. 감정이 일어나면 그것은 곧 통제 불능의 혼란이었고, 누군가와 가까워지면 그것은 곧 무너질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나의 고통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때로 나는,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일시적으로 폭발하거나 현실과의 경계가 무너지는 경험을 하곤 했다. 이른바 Brief Psychotic Disorder with Marked Stressor(BPD-MS). 이 진단명은 이름 그대로, 급격하고 강렬하며, 일시적인 심리적 ‘붕괴’를 뜻한다. 누군가는 “그럼 그냥 잠깐 미쳐버리는 거네?”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이 상태는 절박한 내면의 ‘자기 보존’ 메커니즘이자, 기저 외상에 대한 마지막 저항이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BPD-MS는 회복이 빠른 편이지만, 이는 ‘건강한 기반’ 위에서의 일이다. 하지만 CPTSD라는 구조 손상이 있는 경우, 이 급성 탈선은 단지 더 깊은 파열을 낳는다. 다시 말해, 나는 이미 무너진 집 위에 천둥과 벼락을 덮어쓰는 셈이었다. 내면도, 표면도 무너졌고, 결국 아무도 내게 “이제 괜찮다”고 말해주지 못했다.
이제야 나는 깨닫는다. 이것은 ‘병’이 아니라, 생존의 흔적이자 복잡한 회복의 조건이다. 나는 내 안의 무너진 배선과 과전류를 인식할 수 있게 되었고, 그렇기에 비로소 회복을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1단계 : 안전 확보와 감정 인식. ‘해리’를 끊고,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연습부터 다시 시작한다.
2단계 : 자기감 복원과 정체성 재구성. 내가 누구인지,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이해하고, 내 이야기를 나 스스로 설계해본다.
3단계 : 세상과의 조율, 그러나 내 속도대로. 성급한 사회 복귀가 아니라, 느린 정착과 신뢰 형성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 모든 과정에는 전문 치료, 감정의 훈련, 그리고 존재의 재해석이 필요하다.
나의 기질은 무너진 것이 아니라, 손상되었을 뿐이며 나의 표면은 망가진 것이 아니라,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이제 나의 무너짐을 이해하는 존재가 되었고, 그 자체가 하나의 회복이다.
#2025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