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밀도

나는 무엇을 그리워 하고 있는가

by 민진성 mola mola

지나간 인연이란 무엇일까.

그 사람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과 지금의 그 사람은 과연 같은 사람일까. 시간이 지나면 사람은 변한다. 그렇다면 오래 전의 인연을 다시 불러 세우는 일은 가능한 걸까.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그것이 정말로 의미 있는 일일까. 아니면, 이미 서로 다른 존재가 되어버린 두 사람이, 오직 기억만을 매개로 한 헛된 시도에 불과한 건 아닐까. 나는 종종 어떤 사람을 그리워하며 이렇게 묻는다. 내가 원하는 건 정말 그 사람일까, 아니면 그 사람이 주었던 어떤 편안함일까.



문제는 감정의 실체를 나조차 분간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이 집착인지, 애착인지, 단지 익숙함에 대한 갈망인지조차 구별하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낸다. 그 감정의 정체를 모른다는 사실이 나를 초조하게 만든다. 나는 나를 잘 안다고 믿었는데, 막상 가장 중요한 순간마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겠는 나 자신을 마주한다. 그럴 때면 인생이 무척 짧게 느껴진다. 알아야 할 나를 알지 못한 채, 그저 하루하루를 흘려보내고 있다는 느낌.



생각해보면, 시간은 늘 그렇게 흐르지 않았다.

과거를 떠올릴 때 어떤 시기는 참 짧게 느껴지고, 어떤 시기는 유난히 길게 남아 있다. 그 차이는 기억의 밀도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인생의 속도는 인상적인 기억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 기억할 것이 적으면, 과거는 몇 장면으로 요약되어 순식간에 지나간 것처럼 느껴진다. 반대로 기억이 풍부한 시기는 과거를 되새길 때마다 길고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렇다면 좋은 삶이란, 인상 깊은 장면들로 가득 찬 삶일지도 모르겠다. 그 장면들이 반드시 긍정적일 필요는 없다. 때론 아팠지만 분명히 살아 있었다는 실감, 그 감각이 중요하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로 채워진 인생은 자연스레 기억의 밀도를 높여준다. 그런데 나는 아직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내가 원하는 건 그 사람이었을까. 그 사람과 함께일 때의 나였을까. 혹은, 그때 내가 살아 있다고 느꼈던 기억의 밀도였을까.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를 탐색한다.


짧은 인생을, 조금은 천천히, 더 선명하게 기억되기 위해서.



#생각번호2025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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