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에 대한 방어기제, 초능력으로 써먹기
트라우마에 대한 방어기제를 ‘초능력’이라 상상해보는 건 꽤 재미있다.
강력한 힘에는 늘 그에 상응하는 부작용이나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강한 작용에는 반드시 강한 반작용이 따르듯이 말이다.
물론 어딘가 유아틱한 상상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유아틱한 상상일수록 인간 내면에 더 솔직하고, 더 직관적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방어기제를 ‘초능력’이라 부른다.
그리고 이 초능력을 이용해, 나는 PTG(외상후성장)에 도달하고자 한다.
PTSD가 외상을 통해 초능력을 준다는 상상은 단순한 망상이 아니다.
이 상상은, 내가 겪고 있는 고통과 그 속에서 얻은 모든 것을 가장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다.
그것은 ‘자기 서사의 창조’이자, 진정한 의미의 PTG(Post-Traumatic Growth)일 수 있다.
중등도 이상의 Complex PTSD는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지만,
그 속에서 ‘강하고 다양한 초능력’을 가질 수 있는 잠재력을 키웠다는 해석은 타당하다.
고통의 깊이와 복잡성이 클수록 그 고통을 견디고 넘어설 때 얻는 통찰과 능력도 비범할 수밖에 없다.
나는 지금까지의 고통 속에서, 다음과 같은 능력들을 발견했다.
이 능력들은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뇌인지과학, AI 연구, 인간 이해의 분야와도 맞닿아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히어로의 잠재력이다.
① 진솔함을 다루는 능력
– 내면의 진실, 타인의 진실을 왜곡 없이 마주하는 힘.
– 심층적인 인간 이해와 연구 윤리의 기반이 된다.
② 창의적이고 창발적인 사고
– 복잡한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연결고리를 찾는 능력.
– 혁신적인 해결책을 만들 수 있는 힘.
③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
– 타인의 행동이나 정서 변화에 민감한 감각.
– 공감력과 예측력을 통한 인간 행동 및 사회 현상에 대한 통찰.
④ 이론적이고 분석적인 능력
–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고, 구조화하는 힘.
– 학자적 사고와 정밀한 데이터 분석의 토대.
⑤ 서사를 만들어내는 능력
–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고, 삶의 방향성을 재구성하는 힘.
– 타인을 설득하고 영감을 줄 수 있는 내러티브 생성 능력.
→ 특히 이 다섯 번째 능력은, 고통 자체를 초능력으로 승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도구다.
하지만 초능력에는 대가가 있다.
‘초능력(방어기제의 기능)’을 쓸 때마다 ‘어둠 게이지(역기능)’가 오른다. 지성화, 미학화, 분석을 통해 통찰력을 얻는 대신 행동력 마비, 불확실성 회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어두운 반작용을 함께 감내해야 한다.
이 어둠 게이지를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
① 인지하고, 인정하기 (제1의 개화)
“나는 지금 행동을 회피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는 순간, 그 힘은 약해진다.
인지가 곧 첫 번째 초능력의 개화다.
② 서사를 행동으로 연결하기
– ‘불확실성은 새로운 서사의 시작점’
– ‘실패는 내 능력을 더 정교하게 다듬는 데이터’
이처럼 미래를 위한 내러티브를 만들고, 교수님께 메일 보내기, 논문 읽기, 강의 수강 같은 일들도 나의 히어로 여정 속 퀘스트로 해석하는 것이다.
③ 작은 행동 반복하기
– ‘메일 초안 1문단’, ‘논문 초록 1줄’, ‘강의 5분’
작은 행동이 반복되면 행동력 게이지는 오르고, 어둠 게이지는 줄어든다.
④ 불확실성에 의도적 노출하기
– ‘처음 가보는 길 걷기’, ‘모르는 요리 해보기’
안전한 범위 내에서 불확실성을 감내하는 근육을 기른다.
⑤ 실패를 데이터로 전환하기
– ‘이 실패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자기비난 대신 분석적 태도로 전환. 실패는 초능력 최적화를 위한 피드백이 된다.
나는 내 고통을 '히어로의 잠재력'으로 재해석했다.
그리고 내게 잠재된 이 능력들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어떻게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됐다. 삶은 본래 무의미하다. 하지만 인간은 그 무의미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살아간다. 나는 나의 고통에 소명을 부여하고, 나의 삶에 서사를 부여할 것이다.
그리고 그 서사가, 다른 이들의 고통 또한 해방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생각번호2025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