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랙탈 구조

스트레스 회복 구조

by 민진성 mola mola

오늘 뒷산을 다녀왔다. 사실, 일요일 건강관리 시간을 따로 빼서 다녀올 생각이었다.(물론 요즘 컨디션이 안 좋아서 거의 매 시간이 건강관리 시간이긴 하다 ㅋ) 엄마가 오늘 같이 가자고 하시길래 그러자 하고 따라나섰다. 등산로를 따라 올라 쉼터에 도착했더니 운동기구들이 있었다. 그 중 음... 윗몸일으키기를 하라고 만든 건지, 다리를 걸치고 어느 정도의 경사가 있어 물구나무 비슷한 효과를 내며 누워 있으라고 만든 건지 모를 운동기구도 있었다. 엄마의 권유로 한 번 누워봤다. 흘러내리지 않게 밧줄을 손으로 잡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딱 이런 풍경이었다. 눈도 시원하고 들려오는 새소리도 듣기 좋았다. 벌레들은 귀찮았지만 누워 있는 동안에는 딱히 신경 쓰이진 않았다. 나중에 좀 건강해져도 등산은 좀 다녀볼까 싶다. 역시 사람은 녹지 주변에 살아야 되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녹지 주변의 집들이 그렇게 비싼가 싶기도 하다.



그렇게 나무로 가려진 하늘을 보고 있는데 복잡성 속의 유사성이 눈에 들어왔다. '프렉탈 수치?라고 했던가' 인간은 일정 정도의 복잡성을 느낄 때 오히려 그것을 편안하게 느낀다고 했다. 이는 두뇌와 자연의 구조가 공명(resonance)하기 때문이다. 자연물(나뭇가지, 잎, 산맥, 구름 등)은 일반적으로 프렉탈 구조를 갖는다. 프렉탈 차원(Fractal Dimension) 혹은 복잡성 지수(Complexity Index)는 불규칙하지만 자기유사성(Self-similarity)을 가지며 단순 반복 구조 이상의 복잡성이 있는 형태를 말한다. 나뭇가지는 직선(일차원)을 1.0, 완전한 채움(면적)을 2.0으로 규정한다. 이 사진의 복잡성 지수는 대략 1.6~1.8정도 추정된다고 한다.



뇌파(특히 알파파, 세타파)도 일종의 프렉탈성 있는 신호로 분석된다. 우리가 자연 속의 프렉탈 구조를 볼 때, 뇌의 시각 피질이 가장 적은 에너지로 가장 풍부한 정보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Richard Taylor의 연구에 따르면 프랙탈 차원이 1.3~1.5인 이미지를 볼 때 스트레스 지수가 최대 60%까지 감소했다.



완전히 단순하거나 너무 복잡한 것은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자연의 프랙탈 구조는 복잡하면서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패턴을 갖는다. 우리 뇌는 이러한 패턴에서 '안전하고 익숙하다'는 감각적 신호를 받는다.



또, 재밌는 관점이 있다. 하늘이 나뭇잎 사이로 살짝살짝 비치는 구조는, 심리학적으로 감각적 보호감을 줄 수 있다. 정신분석적으로는 자궁 안에서 외부를 인식하는 구조와 유사하다는 분석이 있다.(정신분석학은 왜 이렇게 자궁이라거나 성기라거나 이런 묘사를 좋아하는걸까...? 일반적으로 사용하기 부담스럽거나 조심스러운 비유나 단어 말이다. 인간 본연의 정신에 대한 노골적인 사유의 결과일까?)


나는, 어쨌든 평생 스트레스에 취약한채로 살아가야 한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증상을 잡을 수는 있지만 완치라는 개념을 쓸 수는 없다. 과거가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 만들어진 병이지만 생물학적인 낙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치료를 잘 하면 그냥 남들보다 조금 더 예민하고 겁이 많은 사람으론 살 수 있다. 관리를 잘한다면 그냥 남들보다 조금 더 섬세하고 사려 깊은 사람으로 살 수 있다.


혹시! 굳이 실제 자연이 아니어도 이것을 정신치료에 활용할 방안은 없을까? 프랙탈 구조에 나를 노출시키면 스트레스 관리에 유리하지 않을까? 그런 스트레스 관리가 나를 더 섬세하고 사려 깊은 사람으로 이끌진 않을까? 그래서 찾아봤다!


Nature Scientific Reports (2017): VR로 구현한 숲/해변을 5분간 시청한 집단은 실제 자연에 있는 것만큼 스트레스 지수가 유의미하게 감소하였다.

Lancet Planetary Health (2021): VR 자연환경 체험이 우울감, 분노, 피로를 5~15분 내로 유의미하게 감소시키고, 활력을 증가시켰다.

이와 관련된 이론으로 주의회복이론(Attention Restoration Theory)이 있다. 자연은 유순한 주의를 자극해 집중력 고갈을 회복시킨다. VR으로 구현된 자연도 같은 경로로 뇌의 피로를 해소시킨다.



게임심리학자 Rachel Kowert에 따르면, 게임 속 자연은 현실 자연과 달리, 완벽히 통제되고 안전한 자연으로 작용한다. PTSD나 불안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상처받지 않는 환경이 된다.

TeamLab의 몰입형 자연 아트를 활용해, 빛과 자연이 상호작용하며 생명감을 주는 경험을 제공하여 자기 존재감 회복을 유도한 사례가 있다.

환자의 통증 지각, 회복속도, 불안감 완화를 유도하기 위해 병원로비나 병실에 디지털 자연(움직이는 숲, 파도, 바람소리 등)을 설치하는 것이 미국/영국 병원 건축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Biophilic Design)


이처럼, 꼭 자연에 직접 가지 않아도 '만들어진 자연'을 통해 우리는 프랙탈 구조를 접할 수 있고 그것이 스테레스 회복과 자기 존재감 회복에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은 비단 C-PTSD환자인 나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해당되는 일일 것이다. 누구나 각자의 힘듦과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갈테니 말이다. 어쩌면, 유튜브에 자연의 소리와 화면을 담고 있는 영상을 보며 잠시 쉬어가는 것조차도 충분과 회복의 시간을 제공할 수 있다.


회복을 한다는 것은, 완전히 쉬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 흥미롭다. 우리가 프랙탈 구조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회복되는 것은, 유수한 수준의 스트레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즉, 회복은 완전히 자극이 없고 스트레스 없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수준의 차이는 있겠지만, 감당 가능하고 유수한 스트레스 환경에서 이루어진다.


#생각번호2025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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